국내 항공기 절반 가까이 외국서 정비·부품 의존해

 

세계 6위의 항공운송산업 선두 주자인 대한민국에 항공정비(MRO)단지가 없는 탓에, 해마다 4조원 이상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1000여대의 항공기가 오가는 인천국제공항에 항공정비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일보 10월18일자 1면>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2016년 해외에서 정비를 받은 국내 항공기는 48.6%에 이르며, 9362억원의 정비 비용이 해외로 빠져 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시는 여기에 항공 정비 시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연간 약 4조원의 국부가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항공사들은 자체 정비를 하는 실정이다. 이는 고비용과 전문성 부족이란 문제를 안고 있으며, 항공 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항공기 정비 불량으로 인한 인천공항 결항률은 2010년 3.9%에서 2016년 23.5%로 급증한 바 있다.

이에 지역사회와 국내 항공업계에선 국부 유출을 막고 항공기 운항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인천공항에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현재 시와 인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114만㎡ 부지에 항공정비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계획을 세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시는 내달 초 공사, 인천상공회의소 등 4개 기관과 함께 항공정비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양해 각서를 체결한다.

이들 기관은 내년 1월부터 실무추진단을 꾸려 항공정비단지에 세계적 정비업체를 유치하고 항공정비산업과 연계해 인천지역 부품산업과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기관 간 양해 각서 체결은 항공정비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시의 의지를 공식 표명하는 것은 물론 공항경제권 기반 구축을 위한 한걸음을 내딛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는 데 있다.

정부는 10년 전 제1차 항공 정책 기본계획에서 항공정비 산업화와 육성의 필요성을 인식했음에도, 인천공항 항공정비단지 조성에는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4조원대 국부 유출이 정부의 무관심에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경남 사천에 조성 중인 군수 분야 항공정비산업 클러스터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도 인천 홀대의 대표 사례다.

김광석 전 인천시 항만공항해양국장은 "세계 항공정비 시장이 100조원 이상의 규모로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여전히 민간 여객기에 대한 정비 체계를 갖추지 못한 실정"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인천 항공정비산업단지 조성 사업의 추진 의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