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고속도로 가좌IC 부근을 지나다 보면 어김없이 매캐한 냄새가 났다. 주변 하늘은 희뿌옇게 내려앉았다. 한국티타늄 공장은 인천의 공해 업체 중 하나였다. 이산화티타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심한 매연을 내뿜어 지역주민의 원성이 자자했다. 이산화티타늄은 착색력이 뛰어난 안료로 TV브라운관을 비롯해 고무, 제지, 유리섬유, 플라스틱 등에 넣어 흰빛을 내는데 쓰이는 화학 물질이다.

이 공장의 시작은 1968년 설립한 한국지탄공업이며 1971년 인천공장을 세우며 회사명을 한국티타늄공업으로 바꿨다. 한동안 통일교의 통일그룹에 속해 있다가 2003년 현재의 이름 '코스모 화학'으로 변경했다.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 못한다 하다가 1998년 울산의 온산공단으로 설비를 옮기기 시작해 2016년 6월 완전히 문을 닫았다.
기계와 사람이 떠나고 먼지 속에 갇혀있던 폐허는 지난달 복합문화공간 '코스모 40'으로 다시 빛을 보았다. 코스모 화학의 40번째로 지어진 공장동이란 의미로 그 이름을 얻었다. '방치된 흉물'이었던 공간은 갤러리, 공연장, 커피숍 등 독특한 아름다움을 새롭게 채웠다. 한때 공장이 떠나고 나면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자칫 그렇고 그런 동네로 전락할 뻔 했다. 의외의 발상으로 문화공간이 들어선 덕분에 서구 가좌동 한켠이 멋지게 변신했다.

'코스모 40'은 크고 작은 공장들로 둘러싸여 있다. 주변을 오가는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들은 이 공간을 낯설어하는 눈치다. 그들에게 문화의 문턱을 낮춰야한다. 그들과 먼저 '케미'가 되어야 '코스모 40'이 진정한 지역민의 공간이 된다. 가좌IC 지역에 40번째 공장동이 아니라 40번째 문화동이 계속 생겨나길 기대한다.


  /전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