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는 인천에서 직선 거리로 175㎞ 떨어진 서해 최북단 섬이다. 백령도에서 북한 육지까지는 20㎞도 채 안 된다. 인천보다 북한이 훨씬 가깝다. 백령도에서 남동쪽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따라 이어지는 대청·소청도, 연평도와 우도 등 다섯 개 섬이 서해5도서다. 서해5도는 분단 이후 대립적 공존이라는 모순된 상황을 이어오면서 남북관계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곳에는 남북관계가 좋을 때면 평화의 물결이 넘실대다가도 어느 순간 대치관계로 돌아서면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떠오르기도 한다.

서해5도 주민들은 요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긴장의 연속이었으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이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해빙 무드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은 서해 NLL 일대에 평화수역을 조성하고 남측 백령도와 북측 장산곶 사이 560㎢ 해역에서 남북한 어선이 함께 조업을 할 수 있도록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했다. 어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공동어로구역을 정하면 조업을 할 수 있는 어장이 커진다. 특성상 섬 북쪽 NLL 인근 해상으로는 가지 못하고 백령도 좌측, 연평도와 소·대청도 남측 등에 정해진 어장에서만 조업을 하던 어민들에게 어장 확대는 오랜 숙원이었다.

남북한은 물론 지역에서도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어민들의 심기는 불편하다. 어민 실익보다는 남북평화라는 상징성에 우선 순위가 주어지는 느낌 탓이다. 어민들은 공동어로구역 내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방지 대책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울러 공동어로구역 내 조업 대상도 큰 관심사다. 북한 어선이야 어쩔 수 없지만, 서해5도 어민이 아닌 다른 곳 어선까지 조업을 허용하면 어자원 남획으로 어장확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현재 서해 접적해역 어장에서 다른 지역 어선들의 조업을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요즘 북한 움직임도 어민들의 가슴 한편을 무겁게 한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지난 1일부터 NLL 일대에서 해안포 포문을 폐쇄하고 해안포 사격도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북한장산곶 해안절벽의 일부 갱도는 열려 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는 등 남북관계가 전처럼 긴밀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나 저러나 하루도 편치 않은 이 곳 서해5도 주민들에게 통일이란 단어가 절실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