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공사냐" 라는 질타를 받았던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이 인천에서도 윤곽을 드러냈다고 한다. 바로 인천교통공사다. 인천시의회에 제출된 자료만 들여다 봐도 간부급의 배우자, 자녀, 형제 등이 신규 채용이나 정규직 전환 과정을 통해 인천교통공사에 재직하고 있다. 인천교통공사는 취업준비생들이 '신의 직장'이라고 일컫는 공기업이다. 이런 일자리가 암암리에 끼리끼리의 입김으로 채워진다는 것은 누가 봐도 '공정'이 아니다.

인천교통공사 신규 채용자·정규직 전환자의 친인척 재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7명이 공사 재직자와 친인천 관계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3년간 신규 채용된 19명과 정규직 전환자 8명 등이다. 신규 채용과 정규직 전환의 전체 규모는 나와 있지 않지만 27명이나 된다니 놀랍다. 2016년 7월 공사의 용역회사에 입사한 모씨는 인천지하철 2호선에서 청소 업무를 하다가 올해 7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그의 남편이 인천교통공사의 고위 간부였다.

같은 시기에 용역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또 한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배우자가 인천교통공사에서 10년째 업무직으로 근무 중이다. 이들과 동일한 절차로 정규직이 된 다른 한 사람도 인천교통공사의 3급 직원과 형제지간이었다. 의혹이 가는 사례는 신규 채용에서 더 많았다고 한다. 올해 1월 공개 채용에서 9급으로 입사한 모씨의 아버지는 인천지하철 2호선에 근무하는 4급 직원이었다. 7월에 신규 채용된 모씨는 아버지가 인천교통공사의 2급 간부였다. 같은 시기 청소직으로 입사한 이의 남편도 3급 간부였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인천교통공사의 재직자 친인척채용만 27명이라니, '인천가족공사' 소리가 나올만하다. 지난 달 공공노조 인천본부는 인천시와 구·군의 공무원, 시의원, 구의원의 친인척도 부지기수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인천시는 이달 초부터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친인척 채용 비리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가 있다. 공공기관 고용세습을 근절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앞날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이번 기회에 이같은 치부를 말끔히 정리해 우리 청년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심어주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