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부서들 후보지로 '눈독'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흔적이 구청장 공약사업을 위한 각축장으로 바뀌고 있다. 인천 부평구가 '미쓰비시(삼릉·三菱)' 줄사택을 허물고 지으려는 주민이용시설을 놓고 부서 간 경쟁까지 벌어졌다.

부평구는 13일 '500원 공공독서실' 조성을 위한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500원 독서실은 비어 있는 공공시설을 청소년 학습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업으로 차준택 구청장 공약 가운데 하나다. <인천일보 11월9일자 2면>

구가 내년부터 시범 운영하려는 500원 독서실 후보지로는 부평2동 미쓰비시 줄사택 자리가 꼽히고 있다. 취약지역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새뜰마을' 사업 구역이다. 구는 이달 안에 줄사택 4채를 추가로 철거해 내년 초 주민이용시설을 착공하려고 한다.

구 평생학습과 관계자는 "도서관 등이 부족한 지역을 우선순위로 판단했다"며 "주민이용시설 일부를 활용하려고 의견을 듣는 단계"라고 말했다.

미쓰비시 줄사택 자리는 장난감 대여점인 '도담도담 장난감 월드' 후보지로도 언급되고 있다. 장난감 대여점 신설 역시 구청장 공약이다. 구는 공약에 맞춰 현재 부평구청역점과 부개점 등 2곳에서 운영되는 장난감 대여점을 한 군데 더 늘리려고 한다.

구 보육아동과 관계자는 "대여점이 북부권에 몰려 있어서 새뜰마을 주민이용시설이 적합한 입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구 평생학습과와 보육아동과가 동시에 눈독을 들이는 동안 미쓰비시 줄사택은 구정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앞서 구는 줄사택 일부를 보존해 올해 안에 생활사 마을박물관으로 꾸미려던 계획을 접었다. 지난 8월에는 민선7기 공약을 확정하며 마을박물관 조성 공약도 '(가칭) 부평 평화박물관 조성 계획 수립'으로 변경해 장기 과제로 미뤄놨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흔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징용 현장이자 아시아·태평양 전쟁 유적으로도 꼽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87채였던 줄사택은 새뜰마을 사업으로 잇따라 철거돼 70여채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