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시절 악명높던 인권 유린 현장 … 384명 피해자 명단·증언 담아
▲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로 활용되고 있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 모습. /사진제공=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과거 독재 시절 불법 감금과 고문 등 인권 유린의 현장 중 하나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수사 피해 실태를 담은 첫번째 보고서가 나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사업회)는 전문연구기관인 재단법인 진실의 힘에 의뢰해 1976년부터 2005년까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발생한 고문 피해 실태조사 등을 담은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실태 조사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 6·10민주항쟁 31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옛 남영동 대공분실 터에 '민주인권기념관' 건립을 공표하는 등 사업회가 건물 관리를 이관받은 데 따른 것으로, 기념관 건립 전 이곳에서 일어난 고문 사건의 구체적인 실체를 파악하고자 만들게 됐다.

보고서에는 소속, 조직체계, 종사자 현황 등 운영 전반이나 법적 근거를 비밀리에 운영해 온 남영동 대공분실에 체포돼 수사를 받은 384명의 피해자 명단이 담겼다.

또 법정진술, 가족 수기, 성명서, 호소문, 항소이유서, 고소장 등을 통해 고문 피해자 54명의 육성 증언과 고문 피해자 8인에 대한 심층 인터뷰도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남영동 대공분실에 최초로 체포된 사람은 리영희로, 중국사회의 실상을 소개한 책 '8억인과의 대화' 등이 문제가 돼 1977년 11월 끌려갔다.

'이런 책이 나오면 해방 후 40년 동안 공들여 세운 반공국가의 토대가 송두리째 무너지게 된다'는 게 이유로, 그는 이 책으로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이후로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과 견해를 주장한 지식인, 언론인, 재야운동가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해 급혹한 고문을 자행했다.

이러한 고문 수사로 피해자 다수가 목숨을 잃었으며, 살아남은 사람들은 구금·고문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보고서는 대공분실에 수속된 수사관들이 이러한 불법 고문 수사를 이어간 가장 큰 이유로 '특진'과 '격려금'을 꼽았다.

사업회 관계자는 "341쪽 분량의 이번 보고서는 민주주의 역사적 시간과 공간을 되살림과 동시에 폭압적인 공안 정권이 사라진 2018년 다시 마주해야 하는 이유를 묻고 답한다"며 "사업회는 고문 피해자나 가족, 지인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으며 더 많은 문헌과 기록, 증언을 수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