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인천시 부평구의 한 교회 앞에서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 관계자들이 신도들에 대한 그루밍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목사의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10대 여성 신도들을 대상으로 목사가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천 한 교회 앞에서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해당 교회 측과는 실랑이가 벌어졌고, 예배하러 온 신도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교회개혁 평신도 행동연대'와 '바른교회 세우기 평신도 행동연대' 소속 회원 10여명은 11일 부평구 한 교회 앞에서 "같은 교인으로서 창피하고 부끄럽다"며 "(가해자 측) 목사 부자는 침묵으로만 일관하지 말고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교회에서 청년부를 담당했던 목사 A씨는 수년간 10대 여성 신도들을 상대로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 성폭력'을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다. A목사 아버지인 담임목사 B씨가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는 증언도 나온 상태다.

지난달 말부터 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정상규 교회개혁 평신도 행동연대 실행위원은 "지난주 면담에서 (B씨가) 잘못을 뉘우친다고 해놓고 뒤에선 법적 대응을 준비하며 오히려 문제 제기하는 이들을 이단으로 몰고 간다"고 말했다.

이날 교회 앞에선 시위 참가자들과 일부 신도 사이에 고성도 오갔다. 예배는 담임목사 B씨 대신 부목사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들도 반으로 갈렸다.

예배를 마치고 나온 한 신도는 "어젯밤 잠을 이루지 못했을 정도로 힘들다"며 "목사가 개인적으로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신도는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교회에 나왔다"고 했다.

해당 교회 관계자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추후 반박하고 입장을 밝히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경찰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목사들은 지난 9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김디모데 예하운선교회 목사는 경찰 조사를 마친 뒤 "변호사를 선임해 구체적 진술을 하기로 했다"며 "피해자들과 협의해 고소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