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가구를 만드는 취미가 생겼는데, 틈만 나면 창고에서 뚝딱거리게 된다. 아마도 목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남겨주신 오래된 공구들을 이용해 조금씩 나무를 다듬다보니, 이젠 제법 어린 목수쯤은 되었다.
어느 날 아내가 낡은 장롱 한쪽이 주저앉았다고 해서 힘겹게 창고로 끄집어냈다. 구입한지도 얼마 안된것 같은데 말썽이라고 투덜대며 안쪽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정말로 바닥을 지지하는 나무가 부러져 있었다.
옆면을 분리해보니 안감에 사용한 재료들이 형편없다. 겉은 이렇게 화려한데 속은 이렇다니…
업체의 상술에 화가 났다. 마치 의사라도 된 것처럼 공구를 들고 안감을 단단한 나무로 덧대 수리하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꼭 내 안에 곪아있던 상처가 치유된 느낌이었다.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생활의 타성에, 유행의 화려함 사이로 속이 얼마나 곪아가고 있을까? 사진가로서 가질 내적 고민을 뒤로하고 보여주고 싶은 사진들만 찍고 있는 것은 아닌었던가?
옆에 쌓아놓은 나무의 결을 만지며 목수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내 뒷모습이 부끄럽지 않도록.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