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역사자료관은 개항장에 남아야 한다. 25일 인천시가 옛 제물포구락부에서 발표한 원도심 활성화 사업에 따라 중구 응봉산 자락에 있는 역사자료관을 옮기기로 해 논란이다. 최기선 전 시장은 2001년 10월 시장관사로 쓰이던 이곳을 역사자료관으로 개방해 시민의 품으로 돌려줬다. 2013년 당시 송영길 시장은 영빈관으로 쓸 계획을 세웠으나 시민 의견을 수렴, 추진하지 않았다.
권위주의를 탈피해 시사편찬 기관으로 역사자료관이 개방된 지 17년 만에 박남춘 시장은 취임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외국인 게스트하우스로 용도 변경하겠다며 영빈관 망령을 부활시켰다. 이번 사안도 시민사회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다. 더구나 송 전 시장 대변인을 역임한 정무부시장과 행정부시장의 업무 소통도 혼선을 빚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시 안팎에서 흘러나올 뿐이다. 인천의 역사가 역사 속으로 묻히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시정부가 소수 이합집산에 편승해 시민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 도시' 인천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겠는가. 박 시장이 '시민이 주인'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소통 없이 신뢰를 얻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500인 시민시장' 원탁회의의 과정을 보더라도 과연 시민 의견을 수렴해 시정과제를 도출하고 반영하였는지 묻고 싶다.
최근 '시사편찬원'의 설립이 시급하다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주장이 나온 가운데 역사자료관이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하기보다 기능을 확충해 잔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금이라도 비판적인 주장들을 심도 있게 검토해 역사의 역풍을 되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천은 개항의 도시다. 근세사 중 개항 이후의 역사가 비중 있게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개항장 일대가 인천의 역사를 다루는 중심지로 남아야 할 이유다. 역사자료관이 개항장을 품은 응봉산 언덕에 있어야 하는 명분도 개항의 역사를 이어온 인천의 정체성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자료관의 기능을 강화하는 시정이 실천되어야 인천의 역사적 가치를 한층 높여 나갈 수 있다. 과거의 논란처럼 시민의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할 게스트하우스 발상이 시정부의 옥상옥이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