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환기구에 건초 '덕지덕지'
인화방지망 허술하게 방치

고양 저유소 화재 발생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대한송유관공사의 과실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차 현장감식 결과 탱크 유증 환기구 주변 공기에 유증기가 분포돼 있었던 것을 확인한 만큼, 시설 설비상의 문제가 폭발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 유증기의 농도가 폭발을 일으킬 만한 수준이었는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정밀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경찰은 대한송유관공사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경찰은 저유소 유류탱크에 설치된 인화방지망에 건조더미가 붙어 있고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철망 틈새가 벌어지는 등 사실상 허술하게 방치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화재 장소와 정반대 방향 쪽 유증 환기구에서도 건초 더미가 잔뜩 붙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유탱크 1기마다 유증 환기구가 9∼10개씩 설치돼 있는데, 사실상 언제라도 화염에 노출되면 대형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큰 상태였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화방지망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화재 예방 기능을 갖추지 않았다"며 "그마저도 고깃집 석쇠불판이 더 깨끗하고 단단해 보일 정도로 허술한 장치"라고 전했다.

/고양=김은섭 기자 j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