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칼럼] 길거리 카페와 '학습마실'
[경기칼럼] 길거리 카페와 '학습마실'
  • 인천일보
  • 승인 20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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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실 아주대 교육학 교수

 

시민들은 작지만 확실한 일상의 소소한 행복 '소확행'을 2018 최고의 트렌드로 꼽았다. 그래서인가? 카페에서 차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책을 읽거나 뭔가를 배우는 '학습카페족'이 부쩍 늘고 있다. 각박한 도시 삶 속에서 잊혀져가는 삶의 여유를 되찾고픈 사람들이 늘고 있음이다. 그들 손에 어김없이 '책 한권'의 여유로움이 들려 있다.

심훈 선생의 '상록수'가 연상되는 경기도의 학습도시 안산이 최근 길거리학습관 학습마실 프로젝트로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틈새 시간과 공간을 활용하여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3명 이상, 5분 이내 가까운 거리에 모여 학습할 수 있는 이른바 삼삼오오 학습마실 '길거리학습관'을 통해 시민들의 소중한 일상학습을 복원한다 학습공간 활용이 가능한 도서관, 카페, 학원, 갤러리, 소규모 상점 등이 새롭게 학습의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 곳에서 그들은 지역학이나 인문학, 심리교육 등 다양한 학습프로그램들을 만나게 된다. 시민들의 학습열기가 발산되는 현장을 본다.

길거리학습관은 안산 수암동 카페드코코 1호점과 수암동 카페제밀로 2호점에서 '수납정리 강좌'로 시작되면서 시민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학습마실 3호점에서는 특별히 학부모를 대상으로 가정에서의 밥상머리 교육을 인문학 관점에서 살펴보고, 배려와 나눔이라는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우리가정 행복멘토링-인생 최고의 교실은 밥상머리에서'라는 인문학 강좌들도 문을 열고 있다.
상록 반디카페 4호점, 단원 폴앤폴학원 5호점, 단원 카페모네, 단원 가페 피움, 상록 나무바느질 카페, 상록 동그라미카페, 상록 마실카페 등 길거리 학습카페들이 줄지어 문을 열며 소중한 시민들의 일상학습장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한다.

삼삼오오 학습마실에 오는 시민들은 다양한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학습카페에서 정형화한 학습공간이 아닌, 편리한 장소에서 이웃과 소통하며 배움을 나눌 수 있다. '학습'을 매개로 '품격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고품격 학습카페 인기는 이미 상종가이다.
이렇듯 언제부터인가 카페의 대변신이 시작되었다. 본디 카페란 차를 마시며 담소를 즐기는 공간이었다.
애당초 공부방이나 도서관은 아니었다. 그런 그 곳이 신종 학습공간으로 공부를 즐기는 최적의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요즘 카페는 이제 더 이상 차를 마시며 담소를 즐기는 찻집이나 커피숍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이들 학습카페는 이미 전국적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도서관과 공부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북카페', '러닝카페'들이 평생학습 붐을 타고 곳곳에 확산된다. 그 속에서 와글와글 북적북적 포럼이 열리기도 한다. 사람들이 북적댄다는 의미와 함께 또 다른 의미에서 '북적', 즉 책이 쌓여 있는 밀집공간이라는 해석도 자못 흥미롭다.
곳곳에 책이 놓여 있어 마치 도서관 같은 카페, 그 곳에서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대어 '독서삼매경'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다 어느새 뜨거운 토론 열기에 빠져드는 사람들, 아예 본격적으로 노트북을 펼쳐들고 수북히 책을 쌓아놓은 채 마치 도서관이나 독서실처럼 공부에 몰두하는 학습카페족들도 자주 눈에 띈다.

정기적으로 카페에서 모임을 가지며 학습동아리와 러닝서클을 운영하는 그룹학습팀, 학습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카페를 학교 교실처럼 활용하는 다양한 모습의 학습카페족들이 발견된다.
일시적인 유행만은 아닌 듯싶다. 새로운 학습취향이자 독특한 학습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는 학습카페에서 문득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감성코드와 문화자본의 저력과 가능성을 발견한다면 혹여 과한 상상일까? 젊은 사람뿐 아니라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학습카페족에 합류한 지 제법 오래이다.

창조와 융합을 기치로 내건 이종결합 시대에 '카페'와 '학습'이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남이건만, 학습카페의 '경계 넘기' 시도는 제법 성공적인 듯하다. 그들은 분명 또 하나의 제3지대 이방문화를 형성하며 우리 곁에 친근하게 다가와 있다. 커피향보다 더 진한 배움의 향기가 그 곳에서 물씬 배어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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