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껏 짚은 한음 한음 … 천상의 화음이 되다
▲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한용란 공연 모습. /사진제공=엘림아트센터

지금도 있을까. 초등학교 시절, 패달에 발을 연신 움직이며 손가락으로 건반을 두드리던 선생님. 기억과 추억이 공존하며 음악시간 교실마다 울리던 풍금(風琴) 소리, 바람이 들려주는 소리는 가슴에 간직돼 있다.

풍금의 맏형. 악기 중의 악기라는 거창한 이름처럼 파이프오르간은 앞에 서는 순간 숙연해진다. 천상 소리에 닿기 위해 이카루스처럼 더 높이 날고 싶은 욕망이 파이프오르간을 만들었다.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영광, 결코 쉽지 않은 기회지만 이 곳에서는 언제든 2400개 파이프에서 터져 나오는 화음을 만끽할 수 있다.

지난 8일 오후 7시30분, 한용란 파이프오르간 독주회가 서구 엘림아트센터 엘림홀에서 열렸다. 파이프오르간 시리즈 18번째로 열린 이 공연은 바리톤 정준식이 함께 하며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이끌었다.

한용란은 연세대 졸업 후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현재는 숭실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중식은 현재 이탈리아 PBMusic 에이젼시 소속 음악가로 경인교대와 숭실 콘서바토리에서 후학을 양성 중이다.

파이프오르간의 백미, 바흐가 쓴 '토카타&푸가 d단조 BWV565'로 공연을 연 한용란, 그녀의 토카타와 푸가는 이 무대가 친숙하게 와닿을 수 있도록 한음 한음이 정성스러웠다.

그러나 쉽지 않은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는 그녀의 팔과 다리는 발레극 백조의 호수와 같았다. 그녀의 발은 분주하게 패달을 밟았고, 손은 2중 건반 위를 쉴새없이 오갔다. 이어 구노와 바흐의 '아베 마리아'를 통해 조금더 친숙하게 파이프오르간 선율에 빠뜨린 한용란은 정준식과 헨델의 '옴브라 마이 푸(Ombra mai fu)'를 들려줬다. 2층 객석 맨 앞에서 조명을 받으며 소리를 터트린 정준식의 음성은 파이프오르간과 조화를 이뤘다.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나긋한 비단길로만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로그(L. Rogg)의 'Partita Sopra 'Nun freut euch' for Organ "Nun freut euch, lieben Christen g'mein"(자, 기뻐하라 사랑스런 주의 성도들이여)'은 한용란 공연에서 만날 수 있는 마니아적 선곡이다.

관객을 폭풍 속에 불어 넣은 한용란, 다시 정준식과 로시니 오페라 세실리아의 이발사 중 대중에 널리알려진 "피가로~"를 연신 외치는 '나는 이 거리의 만능 일꾼'과 카푸아의 '오 솔레 미오'를 보여줬다.
커튼콜 역시 익숙한 곡, 하지만 파이프오르간이 연주할 것이란 상상을 뛰어넘은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를 들을 수 있었다니.

이 시간 298석의 엘림홀을 찾았다면 가을이 선뜻 다가온 청라, 호수공원 위 파이프오르간에 흠뻑 빠졌을 것이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