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하자마자 계급장부터 뗐다...친근한 민중의 지팡이 '나'부터 실천하려고 
▲ 인천지방경찰청 차장에서 6년 만에 청장으로 인천에 돌아온 원경환 인천지방경찰청장.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지역 각종 치안지표 월등한 성적에도
시민들 안전체감도 낮은 특수성 있어
'내 옆에 바로 경찰 있다'는 홍보 절실
市와 공조 불안감 해소 위해 노력할 것

조직 문화 '내 식구 감싸기'식 보다는
징계 엄격하되 일한 만큼 보상 받고
수행·의전 등 불필요한 시스템 개선
그 시간에 시민에게 집중하도록 유도





2011~2012년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원경환 차장이 6년 만에 청장이 되어 인천에 돌아왔다.

경남과 강원을 거쳐 다시 인천의 치안을 책임지러 온 그는 시민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얼마 전 발생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등 대형사고에 합동 수사본부를 꾸리고 총력 대응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글로벌 명품도시 인천, 치안이 생명

공항과 항만을 가진 인천시는 원도심의 역사와 전통, 신도시의 성장을 중심으로 괄목할만한 발전을 하고 있다.

시민들 의식 수준이 세련된 것은 물론 해외기업과 국제기구 유치로 외국인들의 유입도 눈에 띄는 곳이다.

이런 도시에 치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명과 재산의 보호가 기본적으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어떤 생산적인 활동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300만 인천시민의 안전 총 책임자인 인천경찰청장은 청장을 보좌하던 차장직 보다 높은 책임감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 전략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치안행정과 조직운영을 고민하고 있다.

실제 범죄 발생건수는 타 지역보다 낮고 범인 검거율은 높은데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안전도가 형편없이 낮은 것은 인천만의 특수한 현상이다.

올해 상반기 인천의 5대 범죄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494건으로 여타 대도시에 비해 현저하며 살인·강도와 같은 강력범죄 100% 검거율을 포함해 평균 84.2%다. 전국평균 80.8%보다 3.4%p 높다.

교통사고 사망자수 또한 54명으로, 이러한 추세를 유지하면 작년 116명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각종 치안지표들은 매우 우수하다.

그렇지만 정작 시민들은 인천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니 안타깝고 답답하다. 이 모순에 대해 집중 분석하고 있다.

'내 옆에 바로 경찰이 있다'는 든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경찰활동과 홍보를 강화하는 등 불안감 해소에 역점을 두겠다.

이를 위해 박남춘 시정부와도 적극적으로 공조하고 있다. 청장 취임하자마자 박 시장과 통화하고 만났다. 박 시장과는 국회에 있을 때 여러 번 봤고 평소에 알던 사이다.

주로 시설개선과 관련된 예산 등을 상의하고 함께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치안협의회, 자율방범대, 모범운전자, 녹색어머니 등 각종 협력단체도 뜻을 함께 하고 있다.



▲때로는 응원단장, 때로는 엄중한 평가자

최근 인천경찰이 음란사진을 SNS에 올리거나 민원인과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을 받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경찰공무원은 법 집행자이기 때문에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재발 되지 않도록 채용단계에서 엄격하게 심사하고 직원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

이미 발생했다면 내 식구 감싸기는 없다. 자칫 온정주의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현재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서도 징계위원회를 거쳐 엄하게 처벌할 방침이다.

직원들의 결과에 대해서는 공정히 평가하고 일한 만큼 보상받는 바람직한 조직을 만들 것이다.

때로는 내가 응원단장이 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각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사기를 북돋아 줄 참이다.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각종 사안들에 대해 최종적인 판단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기꺼이 져야 한다.
합리적인 경찰 조직은 합리적인 치안행정으로 시민들에게 이어질 것이다.

인천청사 공간 협소 문제도 곧 해결에 나서겠다. 현재 경찰인력이 예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면서 본청 밖으로 일부 사무실이 나가있는 형편이다. 안에서도 비좁은 공간에서 열악하게 일한다.

빠른 시일 내 청사 옆 부지에 별관인 '수사동'을 지어 한숨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



▲권위 벗어던진 경찰, 편안하게 대해주길

취임 직후 출퇴근길 의전이나 외부일정 수행 등의 관행을 전면 폐지했다. 직원이 가져다주는 식판에 식사 했던 구내식당 풍토도 직접배식으로 바꿨다.

청장과 부장 집무실 앞 계급문양이 권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상징한다고 판단해 다 떼어냈고 회의실에 걸려있던 역대청장 사진 역시 내렸다.

경찰서 방문 때는 하루 전 실무직원에게 알려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청장 방 앞에 직원들이 대기하는 일이 없도록 보고체계를 서면보고로 전환했다.

이렇게 탈권위에 앞장서는 것은 경찰을 어렵게 대하는 시민들의 편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다. 경직되고 무서운 경찰이 아닌 친근한 민중의 지팡이로 다가서려는 마음을 먹었다.

경찰들이 사회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본업에만 집중 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업무를 덜어주자는 배려이기도 하다. 나 자신이 권위를 내려놓거나 불편을 감수하면 될 일부터 없애나가고 있다.

직원들은 그 시간에 치안업무를 하나 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조직의 계급과 위계질서는 일을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므로 조직운영에 필요한 최소한도로 유지되어야 한다.

인천경찰청 직원들도 이러한 내 뜻에 공감할 것으로 믿는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