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철문 시공해 15억 남겨
▲ 가짜 방화문을 제조해 대량으로 유통한 제조·유통업자가 인천경찰에 적발된 가운데, 4일 경기도 화성 한국건설기술 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가 '가짜 방화문 연소실험'을 진행 하고 있다. 실험시작 14분 만에 가짜 방화문(오른쪽 희색 문)이 녹아 내리면서 불길이 번졌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싸구려 철문을 방화문인 것처럼 속여 인천 내 오피스텔과 상가건물 등 1만5000개를 시공한 제조·시공업체가 경찰에 붙잡혔다. 화재가 나면 철문은 그대로 녹아 내려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축법 위반 및 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A(64)씨 등 방화문 제조·시공업체 관계자와 감리자 105명을 입건하고 브로커 B(58)씨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A씨 등은 2015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인천 내 오피스텔과 상가 건물 670곳을 신축하면서 방화문 대신 철문 1만5000여개를 속여 시공한 혐의다.

현행법은 연면적 1000㎡ 이상 건물을 지을 경우 1시간 이상 연기와 화염을 차단할 수 있는 갑종 방화문을 시공토록 강제하고 있다.

A씨 등 시공을 맡은 방화문 제조업자들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방화문에 꼭 들어가야 하는 방화 핀을 빼고 난연 성분이 없는 저가 가스켓(부품)으로 가짜 방화문을 만들었다.

가짜 방화문은 약 8만∼10만원에 불과, 진짜 방화문보다 2∼5배가량이 저렴하다.

이들은 국토교통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인증된 방화문에만 발급해주는 시험성적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방화문을 납품하려면 시험성적서를 함께 첨부해야 한다. 브로커 B씨가 대신 시험성적서를 받아 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 일당이 이런 수법으로 남긴 액수가 1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