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직경 15㎝ 이상 나무 이식' 조건 어기고 무차별 벌목
화성시, 민원제기 후에야 공사중지 명령 … "현장조사 후 조치"
▲ 공장부지 조성 과정에서 직경 15㎝ 이상의 나무를 옮겨심을 것을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지만 화성시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차별적으로 훼손된 남양읍 활초리 공장부지로 쓰일 한 야산.벌목으로 잘려나간 소나무 등이 공사장 한켠에 쌓여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화성시 남양읍 활초리의 수 백년 된 상수리나무 군락지가 '초토화'된 데에는 화성시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일보 8월30일자 1면>

'보존 가치 높은 고목 이전'이라는 화성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조건부 개발승인을 사업주가 무시한 정황을 확인하고도 시는 개발행위 허가를 그냥 내줬다.

뒤늦게 군락지 개발 중단명령을 내린 화성시는 현장조사 후 불법에 대해서는 경찰 고발 등의 행정조치를 내린다는 계획이다.

30일 화성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월17일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고 남양읍 활초리 상수리군락지(5만7000㎡)에 들어설 공장단지(제조업 등 15업체)조성 계획을 통과시켰다.

당시 시는 도시계획심의위에서 직경 15㎝ 이상의 나무를 옮겨 심는다는 조건을 달아 토지개발 사업주가 낸 사업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사업주는 144그루를 이주시키겠다는 내용의 계획이행서를 시에 냈다. 이와 함께 환경영향평가 협의결과를 토대로 직경 50㎝ 이상 거목을 현장 보존하기로 했다. 이 거목들은 사업지 남측 경계선 아래에 군락을 이뤘다. 다행히 거목들은 잘려나가지 않은 상태다.

시는 이런 조건으로 7월31일 공장조성 허가를 내줬고, 사업주는 허가가 난 이후 고목들을 마구 베어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잘려나간 직경 15㎝ 이상의 나무들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그 규모가 어림잡아도 수백 그루에 달한다.

이 부지에는 수령 100년 이상 추정되는 상수리(참나무) 등 5000그루 이상이 있었다. 즉 사업주가 옮겨 심겠다고 한 직경 15㎝ 넘는 144그루의 통계도 정확치 않다.

여기에 화성시청 직원이 개발허가를 내주기 전 현장 확인에서도 옮겨 심어야 할 나무의 규모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수 천 그루를 옮겨 심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 사업주가 낸 144그루가 타당하다고 여겨 그대로 허가를 내줬다는 게 화성시측 설명이다. 화성시청 내부에서조차 도시계획심의위 개발행위 조건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화성시의 개발행위 허가 과정이 허술하면서, 사업주는 옮겨 심겠다고 한 나무 가운데 단 한 그루도 옮기지 않았다.

결국 보존을 위한다는 사업계획서는 단지 허가를 받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것이다.

시는 '나무가 모두 잘려나갔다' 등의 민원이 제기되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14일 사업주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대다수 고목이 잘린 뒤였다. 시는 공사중지 명령 2주가 지났지만 불법으로 베어 낸 정확한 규모조차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100~200그루(15㎝ 이상)가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다.

환경생태보전연합 관계자는 "허가가 난 이후 3일 사이에 거목을 포함한 5000그루 이상이 무차별 훼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시는 그동안 공사중지 명령, 현장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했을 때 직경이 15㎝가 넘는 나무는 1000그루가 넘게 봤다"며 "도시계획심의위 조건이었던 직경 15㎝의 모든 나무를 옮겨 심으라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144그루만 옮기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직 옮겨진 나무가 없기 때문에 불법이 발견되면 사법조치 및 벌금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