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미술의 주역은 인상파 화가들이었고, 인상파 작품들이 미술시장을 과독점하고 있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1874년 파리 전시회에서 클로드 모네의 '해 뜨는 인상'이라는 작품을 보고 비평가들이 붙여준 '인상파'라는 별칭이 20세기 미술을 대표하면서 모네를 필두로 르누아르, 드가, 반고흐, 고갱, 마네, 세잔, 피사로 같은 화가들이 세계 화단의 주인공이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각국에 산업자본가들이 부를 축적하였고, 이들이 미술작품을 사들이는 수집가들이 되어 미술시장도 풍요로워졌다. 인상파 화가들이 활동하던 프랑스와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물론 20세기 초에는 미국의 부호들이 인상파 작품을 대거 사들였고, 20세기 후반에는 일본 수집가들까지 가세해 인상파 작품을 한 점에 1억달러로까지 올려놓았다. 화려한 색상에 보기 좋은 풍광의 작품들과 화가 각자가 만들어낸 특이한 스토리들이 인상파 작품을 한결 더 값지게 만든 것이다.

▶지난 달 파리에 머물고 있을 때 꼭 보고 싶은 특별 전시회가 있었다. 샹젤리제 대로 옆에 있는 쁘티 팔레에서 열리고 있는 '런던에 망명한 인상파 화가들'이라는 기획전시회였다.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여름철에 크고 작은 파리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는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각종 특별전시회를 마련한다. 상설 전시만으로는 관람객을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870년은 프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파리가 포위되어 고전하고, 다음해에는 파리 코뮌으로 수많은 시민이 목숨을 잃은 비극이 연속되었다. 이때 모네를 비롯하여 피사로, 꺄포, 티소, 로댕 같은 인상파 화가들은 전쟁의 혼란을 피해서 런던으로 가기 위해 바다를 건넜다. 프랑스에서는 생계유지도 어려웠던 이들은 런던에 와서 창작에 몰두했으나, 파리보다도 보수적이었던 런던에서 인상파 화가들이 작품을 팔기는 더욱 어려웠다.
▶런던에 와서 생존을 위해서 작품을 하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전 세계 미술관에서 200여 점을 대여해 전시하고 있는 '런던에 망명한 인상파 화가들' 특별전은 여러 측면에서 감동적이었다. 모네가 각기 다른 시간에 다른 색조로 그린 국회의사당 건물 작품 5개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의 대표적 미술관의 소장품이다. 그러나 당시 모네는 런던에서 단 한 점의 작품도 팔지 못하고 네덜란드로 떠났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감명적인 것은 이런 사연이 많기 때문으로 느껴졌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