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모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경기도에는 생활예술동아리가 많다. 이제는 생활예술이란 말이 생경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생활예술이란 처음에는 순수예술과 대비되는 실용예술을 일컫는 또 다른 표현이었다.

그러다가 전문예술과 대비되는 아마추어예술을 생활예술로 명명하게 되었고 지금은 시민참여형 또는 시민주도형 예술을 생활예술이라 일컫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정신과 문화지형이 반영된 듯하다.

생활 속 예술, 예술 품 안에서의 생활. 이것은 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자기다움을 드러낸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생리적, 심리적, 정신적 갈망이 충족되어야 존재 의의를 느끼고 자존감이 향상되며 자긍심을 갖고 삶에 응할 수 있는데 생활 속 예술, 예술 품 안에서의 생활은 삶을 넉넉하게 하고 관계를 도탑게 한다.

경기도는 현재 생활예술동아리 육성과 생활문화 공간 조성에 열심이다.

지원을 뒷받침하는 조례와 국가단위의 진흥법도 마련되었으며 예산과 지원 기관도 있다.

시민들의 문화기본권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으며 생활문화를 진흥하는데 함께 할 전문인력 양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렇지만 생활예술동아리 육성과 지원에 나설 때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생활예술의 뿌리가 지역사회 공동체에 튼실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이다.

그래야 생활예술의 내용과 형식이 풍성해지고 스스로 진화 할 수 있는 힘을 갖춘다.

달리 말하면 공동체에 기반한 생활예술이 되어야 지지자, 후원자를 끌어 모으며 자생할 힘을 키울 수 있다.

공동체 기반 생활예술은 문화창조 역량을 귀히 여긴다.

그리고 예술로서의 이야기 주권 회복과 행사를 중시한다.

그래서 공동체 기반 생활예술은 공동체의 의제·이슈 또는 문제·과제에 주목한다.

공동체의 관심과 이해(利害)에 기초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동체 이해 당사자들이 행하는 예술이기에 공동체 안팎의 사회·역사적 맥락을 읽으며 문제 제기형 또는 문제 공유형 예술의 형태를 띤다.

예술을 통해 문제 인식을 심화하고 집단지성으로 해법을 찾아나가면서 문제를 타개할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이다.

현재 우리 인류는 기로에 서 있다고 한다,

과소비, 난개발, 지구 토양 오염, 바다 쓰레기 집적, 밀림과 숲의 축소, 탄소 배출 과다,

지구 해수면 상승 등으로 말이다. 지속가능한 삶이 되기 위해선 우리 모두 생활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어린이인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사회적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고 세계 지성들은 경고한다.

우리의 생활문화에서는 무엇부터 바꾸어야 하나?

생활문화를 비롯해 문화일반의 핵은 사회구성원이 그들이 사는 세계를 이해하고 구성하는 데 기본으로 되어줄 세계관이다.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구성한 사회, 고대와 중세에서는 신 중심의 세계관이 대세였으며, 근대와 후기근대에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 팽배했다.

하지만 탈후기근대 문명은 범생명 중심의 세계관을 필요로 한다.

유별나게 무더웠던 올 여름, 폭염으로 죽은 가축들이 너무 많다.

아무리 가축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밥상에 오르기 직전까지는 그들도 한 생명으로서 짝을 짓고 새끼를 기르고 그들 나름의 사회생활을 한다.

사람들이 돈벌이에 급급해 생산성 향상과 효율만을 따지며 밀집형 공장식 축산으로 그들을 생지옥 속으로 내몬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동물복지에도 관심을 갖고 우리 식(食)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식의주문화는 생활문화 근간으로서 필수적이다.

사람 중심의 세계관, 인간 중심주의, 인류종 우월주의를 포기하고 뭇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범생명 중심의 세계관에 공감을 표하는 분들이 점차 많아진다.

다가오는 탈후기근대 지구촌 시민사회 형성을 위해 확장된 의식이 요청된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더불어 형성한 공유지식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지금의 생활문화는 공진화하여 2020년대에는 활생문화로 나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생(自生)하고 상생(相生)하며 공생(共生)을 희구하는 바람은 자연과 공동체를 살리며, 뭇 생명 모두를 살리는 활생(活生)의 생활문화를 지역사회 안에서 싹 틔우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서 펼치고 있는 생활예술과 이를 감싸안은 생활문화도 숙성하면 활생문화의 진면목(眞面目)을 보일 것으로 믿는다.

/양원모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