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형 인천대 디자인학부 교수

 

서울에 살고 있는 지인이 얼마 전 부산에 휴가를 보내러 갔다.

그리고 SNS에 부산은 바다와 산, 도시가 함께 있는 멋진 곳이라며 회와 밀면, 곱창과 돼지국밥의 맛을 찬양하는 글을 올렸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을 보니 군침이 돌고 해운대 바닷가의 멋진 건물들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산다.

영화에 나왔던 국제시장에서 사람 북적이는 모습도 보기 좋다.

과연 부산이란 도시는 여행객을 유혹할 만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인천 역시 부산과 비슷한 조건을 갖고 있는 곳이다.

바다와 산, 도시가 함께 있고, 오래된 역사의 현장과 화려한 신도시가 공존하는 곳 아닌가.

게다가 편리한 수도권의 접근성과 국제적인 인천공항까지 갖추고 있으니 무엇 하나 빠질 게 없다.

여러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매력적인 관광지라는 측면에서 인천이란 도시의 브랜드가 부산보다 낫다고 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4년 전 인천으로 이사를 오기 전 완전한 타지 사람이었던 필자의 시각으로 돌아가서 인천의 이미지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하자.

필자는 인천에 4년째 살고 있지만, 그 이전 다른 지방에 살고 있었을 때 인천을 방문한 적은 인천공항 이용과 소래포구에 한 번 왔던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휴가 계획을 세우거나 주말 여행을 갈 때도 다른 지역이 항상 우선이었고, 그 까닭은 당연하게도 인천에 필자 가족을 유인할 만한 요소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전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한옥마을을 보고 나서 주변에서 맛있는 것도 사먹어 보자라는 계획이 바로 나왔지만, 인천에는 뭔가 여행객들을 확실하게 끌어당길 만한 것이 없었다.

인천의 이미지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자주 논의되는 부분인데, 인천에는 대표적인 상징이 부족하다.

부산의 해운대와 밀면, 전주의 한옥마을과 비빔밥 등과 같이 특정 도시를 이야기할 때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요소들이 적다.

물론 차이나타운과 신포국제시장, 강화도 등 매력 있는 관광지가 많지만, 파편화되어 있어 인천이라고 할 때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게다가 대표 음식이 부족하다는 점은 상당히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

홍보 부족 탓도 있겠지만 인천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라고 할 때 언뜻 생각나는 것이 없다는 점은 여행지 음식 사진을 SNS에 올려야 하는 요즘 트렌드에 따라가기 힘들다.

차이나타운의 자장면과 신포닭강정 정도가 떠오르긴 하지만,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다.

1995년 지방자치제 이후 우리나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시마케팅 개념을 도입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기업의 참여와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 도시브랜드 개발과 지역 문화축제, 상품 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왔다.

인천의 경우 여러 이유로 타 도시에 비해 브랜드화가 비교적 늦게 진행되어 현재 선점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부분을 갖고 있다.

국내 학술 연구를 살펴 봐도 부산의 도시브랜드 전략 수립과 활용 등에 관련된 연구 수가 인천의 도시브랜드 관련 연구의 3배에 달한다.

얼마 전 인천만의 대표 정책을 브랜드로 만들어서 정책 중심으로 인천을 홍보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하였다.

브랜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올리는 이미지의 산물이다.

인천의 대표적 이미지가 아직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는 데 조금 걱정도 된다.

하지만 인천의 브랜드화에 대해 새로운 방향으로 역량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조짐으로 볼 수 있겠다.

다른 도시와 차별화한 독자적 브랜드 구축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점차 만들어 간다면, 인천만이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운형 인천대 디자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