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공항에서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제2터미널을 완공해 개장하면서 수십억원 짜리 랜드마크 설치 비용을 면세점들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민간기업들도 하지 않을 일을 국가 대표 공기업이 버젓이 저지른 셈이다. 그러고도 입찰제안서에 포함돼 있으니 '문제될 거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애초부터 면세점 입찰에 목을 매는 기업들이 끌려오지 않겠느냐는 속셈이 엿보인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전형적인 갑질이다. 이러한 일이 우리 국가 공기업들의 공공연한 업무관행이라면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제2터미널 3층 출국장 보안구역 내 세워진 랜드마크 시설물 2개의 제작비 20억원 중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3사가 각각 5억원씩 15억원을 떠 안았다. 인천공항공사 부담 5억원을 제외하면 전체 비용 75%를 민간기업에 떠넘긴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초 제2터미널을 개장하면서 면세점 3곳을 입찰에 부쳤다. 그러면서 사업제안서에 '랜드마크 제안' 항목을 추가시키는 방식으로 사실상 비용을 강제로 부담시킨 것이다. 사업제안서에는 입찰에 참가하는 면세점들에게 랜드마크 옵션 4개 안을 제시해 놓고 업체들이 이 중 택일해 디자인·설치비를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까지 있었다.
면세점 업계는 랜드마크 제작비로 부담한 15억원이 면세점 임대료(입찰가격)와는 전혀 관련성이 없는, 인천공항공사의 갑질에 의한 분담 강요라는 입장이다. 누가 봐도 틀린 주장이 아니다. 공항 시설물 설치는 공항공사의 고유 업무다. 면세점 입찰과 랜드마크 설치가 무슨 관련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부담액 만큼 입찰액을 깎아주기라도 했다는 얘긴가.

국가 관문 공항의 터미널 건설은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건설비도 결국 공항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엄격한 예산 계획과 이중 삼중의 시행설계에 따라 엄격히 진행되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그때 그때 편의에 따라 비용을 염출했다니 의혹 투성이다. 엄연한 청탁금지법 위반이며 공정거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는 사안이다. 관련 당국은 이번 일을 철저히 조사하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