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환수위 나홀로 안간힘
日 재벌재단과 힘겨운 싸움
시 담당 2명뿐·예산도 한정
"협상 전문가 아예 꿈도못꿔"

 

일본 오쿠라 재단이 소유한 국보급 문화재인 이천오층석탑 반환이 힘겨운 데에는 환수 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기반이 부실한 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일보 8월15일자 19면>

반환을 위해 해결해야 할 업무가 산적하지만 민간단체인 오층석탑환수위원회 혼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히려 일본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는 실정이다.

15일 이천시환수위원회에 따르면 이천 설봉포럼 등 시민단체 31곳은 2008년 환수위원회 구성, 석탑환수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운동으로 범시민운동 전개, 오층석탑 연구 및 조사 등이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오쿠라 재단과 반환협상이다. 반환을 위해선 재단 이사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환수위 위원 중 교수 등 협상을 풀어갈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하는 실정이다.

환수위는 오히려 국내에서 적극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일본 시민단체 '조선문화재반환문제연락회의'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일본인으로 구성된 조선문화재반환문제연락회의는 일본 내 한국 문화재 반환을 돕는데 앞장서는 대표적 시민단체다.

현재 환수위 구성원을 보면 64명 대부분은 지역단체장들이다.

관련 전문성 있는 위원은 향토문화재보존연구회장, 향토협의회장 등 2명뿐이다.

국가가 나서 수탈문화재를 찾기에도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 시민단체가 재벌 기업과 협상을 벌이긴 힘겹다.

오쿠라 재단은 일본 재벌 순위 10위 내에 있는 대기업이다.

이를 해결할 전문가 구성 등 시의 적극적인 행정노력이 필요하지만 담당 직원은 2명에 불과하다.

시 문화재 전반을 담당하는 2명의 직원은 이천오층석탑과 관련해 일본어 통역 정도 도움을 주는 역할만 하고 있다.

예산도 극히 한정됐다.

매년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6000만~8000만원 경비가 필요하지만 시의 환수위 지원은 3000만원이 전부다.

나머지는 환수위가 자체적으로 국가 공모사업에 지원해 확보하고 있다.

환수위는 한정된 예산 탓에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 섭외도 어려워 재벌 재단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환수위가 올해까지 10년째 협상을 벌였지만 반환약속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일본 오쿠라 재단과 벌인 1차례 협상도 상임위원장(현 문화원장)이 직원 한명만 대동한 채 이뤄졌다.

환수위가 지난해 6월21일 일본 YMCA아시아청소년 센터에서 일본 시민단체와 한 회의록을 보면 '협상하면서 의사소통이 잘 되는지 의심스럽다.', '협상은 전문인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 등 전문가 필요성을 역으로 제기할 정도다.

특히 일본 시민단체는 전문 변호사를 섭외해 협상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오층석탑환수위원회 관계자는 "활동 초기에는 전문교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만두고 없다. 전문가 구성 등 조속한 환수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너무 부족해 힘들다"며 "시민 관심도 처음보다 줄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반환을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김준혁 한신대학교 정조교양대학 교수는 "문화재 환수는 다양한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전문가 참여가 지극히 당연하다"며 "전문가 참여 속에 차분차분 진행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백상·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