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빼앗긴 국보급 문화재
내년 도쿄 전시땐 반환 불가
상황 급박 10월협상 앞당겨
시·국회차원 물밑작업 주목
▲ 1918년 일본에 빼앗긴 국보급 문화재 이천오층석탑. /사진제공=문화재제자리찾기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에는 1918년 5월1일 개관한 일본 최초의 사설 미술관 '오쿠라 슈코칸'이 있다.

사설 미술관을 채운 이곳 유물은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약탈한 문화재다.

오쿠라 키하치로(1837~1928)가 수탈해갔다.

그는 근대 일본 경제계의 최고 거물이었다.

일제강점기를 전후해 한국에 진출해서 토목, 광업, 은행 등을 운영하면서 엄청난 양의 문화재를 일본으로 빼돌렸다.

14일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에 따르면 1918년 일본에 빼앗긴 국보급 문화재 '이천오층석탑' 반환 성패가 올해 갈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환수를 위한 이천시와 국회 차원의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본 한 호텔 소유의 수장고 보관된 것으로 알려진 이천오층석탑이 내년 지어질 도쿄 오쿠라 호텔에 전시될 계획이어서 올해를 넘기면 사실상 반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천오층석탑은 고려 시대 초기에 만들어진 높이 6.48m의 방형석탑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보급 문화재다.

이천 설봉포럼 등 시민단체 31곳은 2008년 환수위원회 구성, 석탑환수 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2010년 석탑 환수를 고대하는 이천시민 10만명의 서명명부를 소유권을 갖은 일본 오쿠라 재단에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화했다.

올해까지 모두 29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반환약속을 받지 못했다.

다만 2014년 오쿠라 재단측이 '영구임대 방식'의 반환 협상을 제안하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당시 오쿠라 재단측은 오층석탑과 비슷한 가치의 작품과 맞바꿀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최근 반환에 긍정적인 입장을 낸 오쿠라 재단 이사장이 교체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오쿠라 재단 이사진이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석탑이 재단 소유이기 때문에 이사진 동의가 필요하다.

오층석탑은 1918년 일본으로 넘어가 100년 동안 귀향하지 못하고 있다.

1915년까지 이천향교 서남향 산기슭에 있었다.

일본 조선 식민지배 기념행사(1915년)를 위해 경복궁으로 옮겨졌다가 문화재 수집광 오쿠라 키하치로에 의해 1918년 일본으로 넘어갔다.

이후 도쿄 시내 오쿠라 호텔 뒤뜰에 전시됐지만, 2015년 4월 호텔 재건축 공사로 해체된 뒤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오쿠라 재단은 내년 완공 예정인 호텔 내에 이 석탑을 다시 세울 계획이다.

즉 석탑이 해체된 지금이 반환을 결론지을 중요한 시기인 셈이다.

오층석탑환수위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반환은 '영영' 어렵다고 보고 일본 현지로 이날 급히 출국했다.

오층석탑환수위 관계자는 "호텔 내에 재배치된 이후 반환협상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상황이 급박해 10월 예정된 협상을 오늘 14일~15일로 앞당겼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송석준 국회의원은 "석탑이 정부소유가 아닌 개인소유기 때문에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다만 정부와 국회에 서한을 보내는 등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백상·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