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파주소방서 소방교 "심정지시 CPR보다 기계압박장치가 생존시간 길어" 연구논문
"시민 여러분들의 하트세이버가 되겠습니다."

4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에도 어김없이 시민들 곁에서 안전지킴이를 자처하는 이가 있다.
20㎏의 장비를 메고 고층 아파트를 오르내리며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우리 동네 파수꾼, 파주 소방서 김종호(31) 소방교가 응급구조학에 새 역사를 쓰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4일, 김 소방교는 직접 실험을 거쳐 연구한 논문 '기계압박과 성문위기도기가 유효혈류시간에 미치는 효과:고층건물에서 발생한 병원 전 심정지 현장 시뮬레이션 연구'를 투고해 SCI(E)급 국제 학술지인 'Emergency Medicine International'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았다.

김 소방교는 "촌각을 다투는 심정지 환자의 경우 아파트와 같은 고층 건물이 많은 한국에서 후송할 때 발생하는 물리적 시간을 줄여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논문 발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2010년 임용 후 바쁜 업무 와중에도 몸소 시뮬레이션 실험을 실천해가며 연구에 매진해 왔다.
그 결과 일반적 심폐소생술 보다 기계압박장치 또는 성문위기도기를 사용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데에 큰 효과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 같은 내용을 논문에 담아 발표했다.

그는 "미국이나 호주 등 응급구조학 선진 국가들과 같이 우리나라도 외부 연구나 조직에 의존하기보다 자정 능력을 키워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늘어나는 구급 수요에 맞춰 구급 전문 인력 양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고 말했다.

평소 봉사정신이 남달랐던 그는 대학에서 응급구조학을 공부하며 자연스레 소방관의 길을 걷게 됐다. 소방공무원으로 임용이 된 후에도 학업에 대한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경기도 소방학교 구급분야 전문가 양성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열악한 구조 환경에서도 시민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일 앞에 한치의 망설임 없는 그였다.
김 소방교는 "때로는 힘든 순간도 있지만 제가 구조한 이들 중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었지만 차츰 건강이 좋아져 기적처럼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볼 때면 힘든 기억도 씻은 듯 사라진다"며 소방관으로서 자부심을 나타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