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게 없는 사람일수록 추위보다 더위가 낫다'는 말도 다 옛말이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폭염이 이런 사실을 입증한다. 가히 재난이라 부를만한 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허술한 재난체계를 흔들어 대고 있다. 더위에 단연 취약한 곳은 농촌현장이나 건설현장과 같은 곳이다. 현장에 선 사람들은 뜨거운 햇볕을 특별한 여과장치 없이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 40도를 육박하는 이런 정도의 더위라면 그늘막 정도로는 어림없다. 취약계층의 삶은 이렇듯 늘 위태롭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 그 중에서도 노동력마저 상실한 계층의 삶도 위기 앞에선 늘 전전긍긍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독거노인들의 삶은 위험하다. 창이 없는 지하방에서 선풍기 하나 없이 이 더위를 견뎌야 하는 독거노인들이 제법 많다. 전기세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서 이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라곤 있을 수 없다.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오로지 누군가의 구호를 기다라는 게 전부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정부다. 정부든 그보다 가까운 지방자치단체든 누군가는 먼저 손을 내밀어 줘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다. 겪어보지 못한 일에는 정부도, 지방정부도 둔할 수밖에. TF팀까지 꾸려 폭염에 대응하고 있는 경기도에는 아직 제대로 된 매뉴얼조차 없다고 한다. 취약계층 보호나 대 국민행동요령 홍보 외에는 썩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어제 자택 근처에서 풀을 뽑다 돌아가신 80대 노인의 경우 옆을 지나가는 순찰차 한 대조차 없었다고 한다. 여주 39.7도, 의왕 39.6도, 안성 39.5도 등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에도 경기도는 그 흔한 문자메시지 한 번 날린 일이 없다. 도대체 공무원들은 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기나 한 것인지, 답답하다. 사람이 죽어 나가고, 가축이 퍽퍽 쓰러지는 꼴을 보고서도 이 정도라면 보통사람들의 삶을 지켜줄 안전대책은 더구나 기대할 게 없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홈페이지 '폭염'카테고리에는 고작 2쪽 분량의 리플렛이 전부라고 한다. 보다 체계적이고 강화된 폭염대책이 필요하다. 예측하지 못한 재난 앞에서도 취약계층이 안전하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좀 더 근원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