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대통령 정책실장과 부총리를 지낸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올랐다. 한국당은 23일까지 비상대책위원 선임을 마무리하고 24일 상임전국위원회를 거쳐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6·13 지방선거 대참패에도 불구, 한국당은 달라지기는 커녕 더 극심한 이전투구의 모습만 보여주었다. 국민들은 제1야당의 이런 모습에 혀를 차다 못해 아예 고개를 돌리고 싶어한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저마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들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 국사를 맡은 정치인이 아니라 시중의 모리배들보다 못한 모습이다.

김 위원장의 첫 일성은 "한국 정치를 계파논리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소망, 미래를 위한 가치논쟁과 정책논쟁이 정치의 중심을 이루도록 하는 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의 이상형을 추구하는 정치학자로서의 포부가 엿보이는 일성이다. 그는 또 말한다. "현실정치를 인정한다는 미명 하에 계파논쟁과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정치를 인정하고 적당히 넘어가라고 이야기하지 말아달라"며 "차라리 그렇게 싸우다가 오히려 죽어서 거름이 되면 그것이 오히려 저에겐 큰 영광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의 각오가 없이는 처음부터 나서지도 말았어야 할 것이다.

한국당의 전면적인 혁신에 관해 김 위원장에게 주문을 하자면, 타산지석을 찾으라는 것이다. 오래 집권한 우파 정당의 궤멸은 한국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일본 자민당도, 영국 보수당도 지금의 한국당 못지 않은 시기를 거쳤다. 그들이 어떻게 가치와 사람을 바꿔 다시 일어섰는가는 김 위원장이 전문가일 것이다. 또 하나 '사람 정리'도 필수이지만 새로운 깃발과 가치를 먼저 세워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당내 계파 갈등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강점이다. 그러나 혁신에 대한 저항은 생각이상으로 거셀 것이다. 그들은 국가도, 그 무엇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리보전에만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무리들에 대해 엄한 죽비를 내려쳐야 한다. 아직도 꿈 속을 헤매는 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 뒤에는 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