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여행 처방전
[썰물밀물] 여행 처방전
  • 김형수
  • 승인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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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논설위원
여름방학이다. 1반에서 6반이 보이는 교실 긴 복도에 삼복더위가 한 숨을 식혀 내려앉았다. 활기찼던 교정에 적막한 한 여름의 햇살이 가득하다. 솔바람은 조각구름을 미루나무 꼭대기에 살짝 걸쳐 놓았다. 박목월이 작사한 '흰 구름' 동요는 세대를 뛰어넘어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을 가득 담은 화수분 같다. 캠퍼스는 배낭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의 도전과 낭만이 넘친다. 벌써 '꽃보다 할배'의 여행코스를 돌며 보내온 '카톡' 전령이 심심찮다. 특별한 여가시간, 여행의 묘미가 살아 있는 휴가의 계절이다.
한국인의 해외여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2238만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최근 모바일과 온라인 도움을 받아 자신만이 가고 싶은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도 증가했다. 가능하면 한 곳이라도 더 눈도장 인증샷을 남기고, 서둘러 여러 곳을 돌아보는 '메뚜기 관광'에서 천천히 시공을 음미하는 '슬로우 트래블'이 인기다. 심신의 건강을 우선하는 웰니스 여행 프로그램이 한 축을 점령한 것이다.

캠핑과 등산 등 대자연과 어우러지는 가족중심 여가문화도 보편화됐다. 무작정 떠나고 보는 '묻지마 여행'이 점차 사라지고, 계획된 일정으로 성취감을 증진하는 치밀한 여행을 준비한다. 복잡하고 바삐 돌아가는 생업 현장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힐링 여행을 꿈꾼다.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을 치유하기 위한 처방으로 여행을 권유하는 의사들도 눈에 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찾아 봉사에 나서는 볼런투어리즘에는 특별한 건강이 숨어 있다.

1인가구 증가에 따라 1인 소비형태의 여행이 늘었다. '혼여·혼행' 신조어가 등장하고, 일본에서는 '오히토리사마'(1인 손님) 시장이 날로 팽창할 정도로 혼자 즐기는 문화가 확산됐다. 가족과 친구를 동행하지 않는 코쿤족들의 자유가 여름방학·휴가를 수놓을 전망이다. 노익장들의 여행도 해마다 늘고 있다. 어느 여행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장년층이 이용한 해외여행상품은 전체 이용객 중 18.5%로 나타났다. 시니어 배낭여행 커뮤니티의 회원수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시니어 여행 연구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센터를 운영할 정도다.

동유럽으로 간 <꽃보다 할배 리턴즈> H5의 평균연령은 78세다. 이들이 펼치는 여행 에피소드는 인기를 몰고 있다. 여행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쉼표가 필요하다. 해외여행에 거는 설렘 속에 개울물에 담근 수박 한 덩이, 참외밭 원두막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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