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칼럼] '워커홀릭'에서 '저녁 있는 삶'으로
[김형수 칼럼] '워커홀릭'에서 '저녁 있는 삶'으로
  • 김형수
  • 승인 2018.0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설위원

주말 휴식을 갖게 했던 '주 40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14년 만에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됐다. 2004년 이후 정부의 행정지침에 따라 관행으로 적용되던 주 40시간 근로에 연장근로(12시간)와 휴일근로(8+8시간)를 포함한 68시간 노동이 원천적으로 금지됐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일 근무시간에 대한 해석이 명확해졌다. 주 최장 52시간 근무는 근로시간의 단축이라기보다 연장근로를 제한한 의미다.


이제 '주말이 있는 삶'과 '저녁이 있는 삶'으로 노동현장의 변신이 예상된다. 돌이켜보면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시 직종에 따라 반대 기류도 거셌다. 특히 서민의 삶은 주 5일 수업제로 어린이들의 '놀토' 돌봄에 혼란을 겪었다. 그렇지만 주 6일제로 다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없다. 주 5일 근무제의 오랜 전통을 지닌 미국은 'Thanks God, It's Friday'(TGIF)가 2박3일 주말을 맞는 인사로 통용된다. 주 5일 근무제에 따라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고 체육, 문화예술, 여행 등 레저문화가 확산됐다. 주말 창업 지침서가 발간되고, '주말 경쟁력을 높여라' 등의 도서들은 이제 '주말'에서 '저녁'으로 휴(休)테크의 비법을 담아낼 듯싶다.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 근무는 이를 초과한 노동을 요구할 수 없고, 일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강행규정으로 효력을 지녔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경제활동이 중시되는 풍조에서 노동시간의 축소가 삶의 질을 동반 하락시키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를 받아들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와 노동계 입장도 대립된다. 근로시간 기준에 제한을 두지 않는 운송·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이 특례업종으로 지정됐지만, 사실 업무 성격에 따른 개인과 직종에서 삶의 불균형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임금 감소가 예상됨으로써 노사 임·단협도 날카롭게 부딪칠 양상을 보인다. 중소기업과 영세기업 등은 추가 인력 충원을 위한 인건비 부담과 인력관리의 어려움 등을 호소한 반면, 정부는 고용 창출과 관련 산업의 활성화에 기대를 건다. 


당·정·청이 주 52시간 근무에 대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6개월간 계도기간을 두고 처벌을 유예하는 고육책을 제시했다. 300인 이상 상시근로자를 둔 기업과 공공기관은 이달부터 시행하고, 5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 5인 이상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


또 휴일 근로에 수당 200%를 적용하던 기존 중복할증은 인정되지 않고, 8시간 이내 휴일근무는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고, 8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무는 200%의 수당을 지급한다. 이를 놓고 노동계는 처벌 유예 조처 등이 노동정책 후퇴라고 반발했다. 제품생산과 납기에 차질을 빚는 노동인력 저하, 노동 수입의 감소 등을 대체할 만한 조건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 휴일을 포함한 연장근로 등 주 52시간 상한제를 공약했다.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지난해부터 주 52시간 근로에 대한 법·제도 개선을 명시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5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통과에 대해 "인간다운 삶으로 나아가는 대전환의 첫 걸음"이며 "일자리를 늘려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앞으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문 대통령 발언에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연착륙과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정부 의지가 분명하다.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는 '워커홀릭'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 회원국의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1764시간이지만 한국은 2069시간으로 1/5 정도를 더 일한다. 멕시코 다음으로 노동시간이 긴 한국이다. 최근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이 관심의 초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노동에 더 무거운 추를 달고 살아가는 실정이다. 


삶과 일의 가치관은 급변하는 추세다. 노동의 시간보다 휴식의 시간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에서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의 실체가 주 52시간 근무제로 다가왔다. 과로사를 부르는 중독 증상의 워커홀릭에서 벗어나 워라밸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나서야 할 때다. 정부와 기업은 노동자의 여가와 휴식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창의적 활동 프로그램을 더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노동자의 여가학습활동이 기업 경쟁력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기업 인프라를 확충한다면 양질의 인력도 확보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