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매우 나쁨'
시민들 "마스크·외출자제 한계" 정부 대책 촉구
26일 오후 2시 인천 중구 신포동의 한 거리에서 신경남(78)씨는 마스크를 쓴 채 시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있었다.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1일 3시간씩 설문조사요원으로 활동하는 신씨는 이날 미세먼지가 나쁘다는 소식을 접한 후 마스크를 꺼내들었다.

그는 "미세먼지 때문인지 눈도 따갑고, 목도 간지럽다"며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 마스크를 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3일째 고농도 미세먼지 공습이 이어지면서 어르신 등 미세먼지 취약계층은 마스크를 끼지만 크기가 아주 작은 미세먼지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학부모들은 자체적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는 등 외출을 자제하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26일 학부모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세먼지 폭격으로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를 둔 부모들은 심란한 마음에 어린이집 등원을 포기했다.

지난 24일에 이어 3일째 미세먼지 수치가 '매우 나쁨' 수준을 웃돌자 이날 연수구의 한 어린이집 등원율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이날 오후 중구 신포동의 한 경로당에는 어르신 1명만 의자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10여명의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찾는다.

남궁찬(72)씨는 "하늘이 뿌연 날이면 친구들끼리 미세먼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며 "당분간 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들 것 같지 않아 더욱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주민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 등 대기 질에 더욱 민감해졌다.

남구 도화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일부 주민들은 최근 "단지 내로 유입되는 탄 냄새가 지독한데 아마 인근 공장단지에서 내뿜는 물질이 원인 같다"는 민원을 잇달아 제기하기도 했다.

남구가 지난 23일 현장 조사를 벌였고, 인근 공장단지에 오염물질 배출을 철저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공공기관 직원들은 차량 2부제 등을 참여하고 있지만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평구에 사는 김지나(31·여)씨는 "임신을 했는데 항상 외출하기 전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나간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미세먼지를 절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게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회진·김신영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