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찍힌 곳은 어디?

'하루'·'써클' … 송도신도시 넓은 도로·높고 세련된 건물에 시선집중
'비밀의 숲'·'게이트' … 제작진, 시청·시의회 넓은 계단·긴 복도 만족
'화유기'·'도깨비' … 차이나타운·배다리 등 예스러운 중구 최다 촬영


"저기 우리 집 앞 골목이야!" TV를 틀어도 영화관에 가도 익숙한 장소가 눈에 들어온다. 어제도 지나던 거리인데 막상 화면으로 보니 근사하기도 새롭기도 하다. 이미 영화나 드라마, CF 속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는 인천. 인천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118편의 영상물 촬영을 지원했다. 2016년에 비해 약 15% 증가한 수치로, 점점 더 인기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천 10개 군·구 가운데 촬영 팀이 가장 많이 다녀간 곳은 어딜까. 군·구별 영상물 촬영 현황을 살펴보니 중구가 30회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연수구(20회), 남구(19회), 서구(15회)가 촬영 팀이 자주 찾는 지역으로 나타났다.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는 이들은 물론 시청자와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인천의 매력적인 곳곳들. 수많은 장소 가운데 인천영상위가 인천 최고의 촬영지를 선정했다.


▲ 시원하게 뻥 뚫린 도로를 달리고 싶다면
연수구 송도신도시 일대는 비교적 차가 적어 속이 뻥 뚫리는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높고 세련된 건물이 많아 낮과 밤 전혀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6월 개봉한 영화 '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를 만나 그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에선 송도 센트럴파크 지하주차장, 인천국제공항, 송도2교 도로, 트라이보울 부근 인도, 스마트밸리 앞 도로 등 주된 배경이 인천으로 등장한다.
지난해 6월 종영한 tvN 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는 외계에서 온 인물과 함께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쫓는 평범한 대학생, 2037년 감정이 통제된 미래도시 '스마트지구'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쫓는 열혈형사의 이야기로, 참신한 소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도시에 걸맞은 송도국제도시의 전경과 송도 트라이보울 등 화려한 외관의 건물이 돋보였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화유기' 2부 엔딩에 등장한 센트럴파크 역시 송도의 아름다운 야경을 한눈에 담고 있다. 이 드라마는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악동요괴 손오공과 젠틀요괴 우마왕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려 인기를 끌었다.

▲ "저 사무실이 인천시청이라며?"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인천시청과 시의회, 인천문화예술회관은 넓고 웅장해 근엄함마저 느껴지는데다가 특이한 내부구조로 한눈에 봐도 인천임을 알 수 있다. 인천영상위에 따르면 시청을 방문한 여러 제작팀들은 넓은 계단과 높은 층높이, 긴 복도 등 다양한 촬영을 소화할 수 있는 여건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가 '2017 국제 TV드라마 TOP 10' 가운데 국내에선 유일하게 선정된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은 인천시청을 검찰청으로 재탄생시켰다.
변두리 동네의 한 아파트에 모인 타고난 설계자 백조, 기억상실증에 걸린 전직 검사, 한물간 금고털이 기술자, 프로연기파 도둑, 미스터리한 훈남 해커 등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한 캐릭터들이 의도치 않게 게이트를 건드려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영화 '게이트'는 2016년을 뜨겁게 달궜던 '최순실 사건'을 모티브로 해 큰 화제가 됐었다. 시청 외관을 전경으로 담아 웅장함을 보여줬다.
인천문화예술회관의 경우, 평소 다양한 공연을 보기위해 찾는 곳이지만 드라마 속에선 조금은 다른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선악으로 나뉜 복제인간의 내용을 담은 드라마 '듀얼'에선 문화예술회관의 복도와 관장실이 새롭게 조명됐다.

▲ 아날로그 감성 물씬! 보이는 곳곳이 세트장
부산에 감천문화마을과 매축지마을이 있다면, 인천엔 동구 송림동, 중구 북성동과 송월동 동화마을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곳 일대는 개항 당시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어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큰 곳이다. 평소엔 그냥 지나쳤지만 화면으로 본 중·동구는 예스러움과 고즈넉함이 그대로 묻어있어 볼수록 새로운 매력이 넘친다.
tvN 드라마 '화유기'에선 차이나타운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 중 손오공과 삼장법사가 만나는 장면과 계단식으로 옛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북성동 일대도 눈에 띈다.
동구 배다리 책방거리는 '도깨비'가 다녀간 곳으로 이미 유명하다. 동네 서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있는 아벨서점, 노란 외벽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한미서점 등은 이전보다 더 다녀가는 발걸음이 늘었다.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아예 인천을 장악한 대기업을 주 소재로 했다. 그 중 시장 골목 추격 장면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스릴감을 줘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동인천 양키시장 외에도 주변 시장 골목의 강렬한 이미지를 유감없이 뽐냈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사진제공=인천영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