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성, 시대의 벽을 허물다
두 개의 성, 시대의 벽을 허물다
  • 최현호
  • 승인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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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아이파크미술관 화성 건축 프로젝트 '구조의 건축'·여성미술 특별전 '금하는 것을 금하라'
▲ 정이삭作 '적층의 벽'.
▲ 산업예비군作 '거중기'·'발차'.
▲ 윤정미作 '핑크프로젝트'.
▲ 윤정미作 '블루프로젝트'.
조선의 22대 임금인 정조가 수원에 만든 화성은 백성을 지키기 위한 성(城)이었다. 하지만 이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써 후손인 시민들이 지켜야 할 성이 됐다. 한편, 70년 전 세상을 떠난 수원 출생의 화가 나혜석이 고민해온 여성의 권리와 지위는 현재 성(性)폭력에 저항하는 '미투(MeToo) 운동'으로 이어졌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지금 두 가지의 성에 대해 시민들에게 화두를 던지고 있다. 백성의 안위와 부모에 향한 효를 담은 정조의 '수원 화성'에 담긴 놀라운 건축 구조, 나혜석의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작가들의 파격적이면서 강렬한 현대미술 작품.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두 개의 성(城, 性)'이다.


#사람이 중심인 동양 성곽 건축의 백미 '수원 화성'

'먼지까지 생각하는 세심한 배려란 무엇일까.'

조선시대 낮은 계층에 속한 백성 하나하나까지 생각한 정조의 화성. 성역 과정에서 드러나는 통치적 권력구조를 깬 정조의 태도는 이 시대 통치자와 정치가들이 받들어야할 자세로 비쳐진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수원화성 건축 프로젝트 전시회인 '구조의 건축'(6월10일까지)는 수원 화성을 축성한 사람 중심의 철학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또 수원 화성의 뛰어난 축성 기술의 과학성을 작가들이 재현하고 재해석한 설치 작품들로 확인할 수 있다.

수원 화성은 정조가 조선 최대 행궁으로써 전통적인 축성기법과 동서양의 과학기술을 고루 배합시켜 축조한 건축물로, 올해 축성 222년을 맞았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간삼건축, 김기조, 김억, 남기성 등 9팀의 작가들이 건축 이면에 담긴 이야기에 예술적 상상력을 보태 수원 화성 건축이 지닌 여러 스펙트럼을 동시대적 시선으로 해석했다.

먼지와 머리카락 등 일상의 보잘 것 없는 흔적을 포착한 '먼지(남기성, 2012)', 거대한 장막 으로 서장대의 고유한 건축형태를 들춰낸 '문화유산 #3-서장대(이명호, 2015)', 축성도구인 거중기와 발차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거중기'와 '발차(산업예비군, 2018)', 수원화성의 공간조직과 건축구법에 착안해 건축물과 주변환경의 긴밀한 관계 속 형성된 도시공간의 흐름을 구현한 '적층의 벽(정이삭, 2018)'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람 중심의 정치적 사상을 기반으로 과학적인 구조를 통해 탄생한 성곽인 수원 화성, 또 사람과 만나는 방법으로서 철저한 계획 하에 세워진 도시인 수원 화성.

조선 초기부터 이어진 유교적 질서를 따르기보다 시대가 요구하는 실질적 가치관과 현실생활을 반영한 수원화성을 되새기는 '구조의 건축'을 통해 현재 우리의 국가와 정치까지 돌아볼 수 있다.


#금기를 드러내고 깨트리는 '현대의 여성들'

"애 둘 낳은 아줌마 같다." "집에서 내놨냐."

이같은 말들이 빼곡하게 담긴 작품 '수집된 말들(흑표범, 2017)'은 여성이 흔히 들어왔던 옷차림에 대한 차별적 발언들이 쏟아진 실제 SNS 속 말들이다. 사회가 여성을 억압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여성미술 특별전인 '금하는 것을 금하라'(6월24일까지)는 화가·문필가·여성운동가 나혜석(1896~1948년) 타계 70주년을 기념해 사회 속에서 정의되는 여성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1층 3전시실에서는 나혜석의 생애를 한 장면에 연필로 세밀하게 그려낸 조덕현의 회화 작품 '프렐류드'가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이 작품을 통해 금기에 저항한 나혜석의 모습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2층 4, 5전시실로 들어서면 박영숙, 손정은, 윤정미 등의 작가가 나혜석 이후 현대미술에서 여성의 역할과 금기, 저항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규정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논하는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주황, 2015)', 여성의 배설 행위라는 금기를 드러내면서 불편함을 직면하도록 하는 '서서 오줌 누는(장지아, 2006)', 여성으로서 자신의 고통과 상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비정상이 되는 사회에서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을 담은 '미친년들(박영숙, 1999)' 등이다.

이처럼 '금하는 것을 금하라'는 앞서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해 현재 한국 문화예술계 전반과 정치계 등 곳곳으로 퍼진 '미투운동'의 원류를 더듬어보고, '금기 파괴' 곧 성폭력의 그늘을 벗는 여성운동으로써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되고 있다.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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