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스마트 도시화'를 추진하려면
[시론] '스마트 도시화'를 추진하려면
  • 인천일보
  • 승인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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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계운 인천대 교수·한국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장
얼마 전 스마트 도시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 씁쓸했다. 스마트 도시 사업이 국가의 주요 정책으로 채택되면서, 지자체 내 각 부서마다 해당 부서 업무를 앞세워 도시를 스마트화하겠다는 각종사업을 발표하면서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기사였다. 본인이 살고 있거나 관여하는 도시가 제대로 스마트하게 바뀐다면 이를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것은 과연 올바른 스마트화를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일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통합이라는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단순한 개선이나 IT 모니터링 장치 몇개 설치하는 것으로, 또는 아파트 내 비싼 첨단설비 장착만으로 스마트 도시가 된 것처럼 선전하기도 하지만 이는 올바른 스마트 도시화가 아니다.

'스마트 도시화'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노력과 고민이 매우 부족하다. 특히 최근 진행되는 스마트 도시화 사업에는 주민이 없다. 스마트화를 추진하는 부서가 주인인양 한다. 도시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한 가운데 스마트화가 추진되다 보니 기존 업무가 그대로 이루어지면서 또 다른 업무가 늘어나는 형편이다. 왜 스마트 도시를 조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도 없다 보니 추진하는 사람마다 다르게 접근하고 있고, 그야말로 반쪽짜리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왜 스마트 도시를 만들려고 하는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신뢰감 있게 거주하고, 좀 더 간편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생활이 더 윤택해지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업을 구체화하기 전에 반드시 주민들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무늬만 참여가 아닌 제대로 된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적용하는 도시의 특성을 잘 알고 이에 맞는 올바른 방향 제시와 종합계획을 먼저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차근차근 그러나 빈틈없는 추진도 요망된다. 편리함에는 자연적으로 복잡함이 수반되고, 그 가운데 조그마한 빈틈으로 인해 생활이 더 불편하게 되거나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와 같은 사례를 만들어서도 안 된다.

스마트 도시 성공의 핵심은 인프라의 스마트화 달성 여부이다. 최근 몇몇 화재 사건이나 안전 사건들을 보면서 이를 실감하게 된다, 은평구의 아파트 화재사건에서는 동파를 우려해서 소화전 배관밸브를 잠가 놓아 피해가 커졌다. 제천 스포츠센터에서도 천장의 얼음을 녹이면서 문제가 생겼고, 동파방지용으로 설치한 전열선도 화재를 키웠다고 보도하고 있다. 첨단시대에 살고 있다는 우리가 아직도 수십 년 전에 경험했던 동파, 누수, 침수 등을 지금 이 시간에도 똑같이 겪고 있다. 아무리 첨단 IT를 아파트나 공장에 장착해 놓았다고 해도, 인프라의 스마트화가 없이는 스마트 도시는 단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인프라에 대한 투지를 게을리 할 뿐 아니라 때로는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와 같이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일찌감치 수도, 전기, 통신, 도로 등 생활의 기본이 되는 인프라가 서둘러 갖추어진 때문이었다.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인프라는 스마트 도시에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30년 전 당시 필요와 기술로 구축된 상태로 그대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땅속 등 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지도 못한다.

땅속 수도관을 찾아 곡예를 해야만 관을 찾아 내려갈 수 있고, 정기적으로 점검을 하라고 하지만 목숨을 내놓지 않고서는 평소에 점검을 할 수도 없어 그저 사고가 나지 않기만 기다리거나 문제가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근무 자체를 피하기 일쑤다. 3만달러 시대 도시에 맞는 인프라로 개선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 스마트하게 유지·관리되도록 바꾸어야 한다. 아파트에 첨단기기를 설치해 놓고, 그럴듯한 장비를 설치했다고 해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조성되지 못한다면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지진이나 태풍 등 비상사태가 발생한 후에도 이들 인프라가 제대로 그리고 스마트하게 작동되어야만 이를 활용한 각종 첨단설비, 모니터링 장치나 소프트웨어가 제 역할을 하고, 이들을 이용한 각종 스마트화나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설들이 제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화를 추진하는 정부나 지자체, 국민들이 다시 한 번 현재의 인프라에 대하여 깊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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