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지금쯤(13)

 『기런가?』

 정남숙 과장은 시침을 떼고 있다가 홍명숙 내과과장을 바라보며 웃었다.

 『야아, 아침부터 웬 롱담질이네. 빨리 이쪽으로 앉으시라고 해.』

 홍명숙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눈을 흘겼다. 남편 곽병룡 상좌가 사회안전부장인데 차를 하나 불러내서 편안히 모시지, 이른 아침부터 무슨 되어 먹지 않은 궁상이냐고 힐난하는 표정이었다. 홍명숙 내과과장은 손씨가 자리에 앉자 정남숙 과장 곁으로 다가섰다.

 『아침 일찍 로인네는 와 모시고 나왔네? 직장에 출근해야 될 사람이.』

 『내과과장 좀 만나려고.』

 홍명숙 과장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야아, 계속 롱담할 거네?』하며 바른 대로 말하라고 했다.

 『정말이야, 해소기침이 심하셔서 내과진료 받으러 가는 길이야. 내릴 때는 동무가 모시고 가서 객담검사까지 좀 해줘.』

 정남숙 과장은 스스럼없이 속마음을 드러내 보였다.

 『야아, 시어머님 검진마저 이런 복잡한 버스 안에서 입으로 처리하려고 하네. 병원 사정 잘 알면서 와 기라네?』

 『네 손에서 처리하기 힘들면 도 병원으로 료양 보내고 곽상좌한테 전화나 한번 해줘. 내과검진은 내가 할 수 없잖니?』

 정남숙 과장은 소곤소곤 귓속말로 속삭이면서 계속 웃었다. 정남숙 과장에게 한쪽 귀를 내주면서 진지하게 듣고 있던 홍명숙 과장이 정남숙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네레 억이(기가) 막혀서 말을 못한다. 조금 있다 병원에 들어가서 보자.』

 홍명숙 과장은 시계를 보며 내릴 준비를 했다. 오전 8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이 무렵, 개성시 장풍군 세골리에 있는 해발 225미터의 환두산 밑으로 인민군 2군단 3사단 직속 공병대대 화물차 한 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 군용 화물차에는 사태 나서 흘러내린 바위와 암석을 잘게 쪼개 산 아래로 밀어낼 수 있는 노미ㆍ주함마ㆍ곡괭이ㆍ삽ㆍ들것 등이 실려 있었고, 그 수공구들 위에는 1개 소대 병력이 걸터앉아 잡담을 나누면서 인근 민경대대가 도로를 보수해 달라고 요청한 산사태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운전석 옆에는 인민군 상위(국군 중위와 대위의 중간 계급) 계급장을 단 소대장이 앉아 있었다.

 『차 좀 세우라. 저쪽 산비탈에 허옇게 떨어져 있는 것이 무언가?』

 소대장이 햇빛을 받아 번쩍거리는 반사 물체를 가리키며 정지 명령을 내렸다. 운전병이 제동기를 밟았다. 화물차는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산길 옆에 섰다. 소대장은 차에서 뛰어내려 막 햇빛이 스며드는 도고산 서편 산기슭 쪽으로 유심히 살폈다.

 『남반부 국방군 아새끼들이 기구에 실어보낸 삐라 뭉태기가 아닙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