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용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원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팀이 참가한다는 소식과 함께 상징적으로 여자 아이스하키가 단일팀을 이뤄 올림픽에 나가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해지면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는 찬성과 반대의 여론이 들끓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 반대한 이들 가운데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20~30대 젊은이들의 비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단일팀이 꾸려지게 되면 이제껏 올림픽 참가를 기대하며 오랫 동안 훈련에 매진하였던 일부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의식이 20~30대를 중심으로 나라와 민족보다는 개인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고 할 것이다. 이번 단일팀과 관련한 찬반 논쟁과 여론을 통해서 왕조시대부터 이어져 오던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충(忠) 사상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말하는 충성(忠誠)은 나라를 위해서 목숨까지도 바칠 마음자세를 일컫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지만, 주희(朱熹)가 <논어집주(論語集註)>에서 "자신의 마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충이다.(盡己之心爲忠)"라고 풀이한 것이나 충(忠)자가 '가운데 중(中)'자와 '마음 심(心)'자로 이루어진 것만 보더라도 본디 충은 자기 자신의 진정한 마음이라는 뜻이다.

충과 더불어 공자 유가(儒家)학파의 주요 이념인 효(孝)가 노인[老]을 자식[子]이 업고 있는 형상을 그린 글자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효도는 자신의 어버이를 봉양하고 섬기는 마음가짐으로서 충에 비하여 비교적 개인적인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의 경우에는 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17살 때 일찍 돌아가셨으니, 공자는 어린 시절에 부모의 보살핌과 가족 간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하였다. 그런 만큼 공자는 나라와 군주에 대한 충성보다는 개인적으로 부모에 대한 사랑인 효를 더욱 절실히 여겼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진시황의 왕조 통일과 멸망 이후 한(漢)제국이 들어서고 국가 권력이 강화되면서 개인의 가족보다는 국가를 더욱 중시하여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지자 효보다는 충성을 대대적으로 앞세우면서 '충효'사상을 보다 강조하게 되었다.
실제로 왕조시대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던 군주의 입장에서는 백성들이 부모에게 봉양을 잘하는지보다는 백성들이 나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나라와 군주에 대한 충성을 더욱 중시했던 것이다.
왕조시대 군주는 마치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을 공경하듯이, 군주에게도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식의 '군사부일체'라는 의식을 백성들에게 심어주고자 했던 것이다. 이것이 왕조시대 내내 지배 권력이 그들의 권력을 안정되게 유지하기 위해서 백성들에게 깊이 주입하였던 유가에서 말하는 충효사상의 이면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이념으로 삼는 근대 시민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그 덕에 왕조시대에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 앞에서 개인이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이제는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하며 거북스럽게 여기기까지 한다. 이처럼 시대와 사회가 빠르게 달라지는 만큼 정치 역시 아울러 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