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0287_290124_4115.jpg
겨울철이 되니 추위가 기승을 연이어 부리며 골퍼들의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골프' 하면 뭐니뭐니 해도 좋은 계절의 날씨에 푸른 잔디를 가르며 나는 하얀 골프공이 가장 많이 떠오를 것이다. 이럴 때 많은 골퍼들은 따뜻한 곳을 찾아 골프를 즐긴다. 이들이 따뜻한 곳을 찾는 것은 추위를 피하려는 것도 있겠지만 어쩌면 푸른 잔디가 그리워서인지도 모른다.

이번 칼럼에서는 기후별 각 생장의 특색을 달리 하는 잔디의 종류를 알아보도록 하자. 투어 선수나 코스관리 전문가 수준의 학술적 접근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특성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경기력은 물론이고 기쁨이 배가된다.

잔디는 기후측면을 감안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한지형 잔디와 다소 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난지형 잔디로 나뉜다. 각각의 잔디들은 제 철이 아닌 경우에는 생장을 멈추고 자신이 좋아하는 기후가 올 때까지 휴면기를 가지며 잔디 본연의 특징을 잃고 물러지거나 노랗게 변색을 하게 된다.

우선 한지형 잔디를 알아보자. ① 벤트그라스는 미국의 북부, 유럽, 일본지역에 많이 사용된다. 열과 습도에 약하다. 풀잎이 아주 반듯하게 잘 자라는 특성으로 짧게 자르면 최상의 특성을 가져 러프보다는 페어웨이에 많이 쓰인다. 조밀한 라이를 형성하여 많이 구르지 않으며 기술 샷이 요구되는 잔디이다. ② 블루그라스는 잔디의 저항은 벤트그라스와 버뮤다그라스의 중간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온도와 기후의 변화에 강하여 코스관리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페어웨이와 러프에 고루 쓰이며 잎사귀가 밝은 색을 띠어 앞선 벤트그라스를 페어웨이에 사용하고 이를 러프에 사용하면 페어웨이와 러프가 환상적으로 색상의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코스를 연출할 수 있다. ③ 훼스큐 잔디 역시 바닷가의 바람에 강한 특성의 잔디로 주로 춥고 섬이 많은 영국지역에서 사용된다. 역시 잔디의 색상차이로 페어웨이와 러프를 분간하는 데에도 사용되며 러프의 저항은 그리 크지 않은 잔디이다. ④ 라이그라스는 열과 습도에는 약하나 성장이 뛰어난 잔디이다. 특성은 블루그라스와 유사하며 난지형 잔디인 버뮤다그라스와 같이 배합하여 심으면 사계절 언제나 푸른 잔디를 코스에서 즐길 수 있다.

반면에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난지형 잔디인 ① 키쿠유그라스는 온화한 지역에서 급속하게 잘 자라는 잔디로 잔디의 저항이 적어 페어웨이에서는 볼이 많이 구르지만 러프에 사용하면 저항이 아주 강해져 클럽헤드를 많이 감는 특성이 잔디이다. ② 버뮤다그래스는 버뮤다군도에서 기원하였고 미국의 남부지방, 중미, 열대지역에 두루 거쳐 페어웨이와 러프에 많이 쓰인다. 열과 습도에 강하며 수분도 많이 필요치 않다. 페어웨이에서는 아주 좋은 라이 조건을 제시해 우드 샷도 용이하나 길게 자란 러프 지역에서는 클럽헤드를 심하게 감는 특성이 있다. ③ 애뉴얼 블루그라스는 수분이 많은 지역에서 잘 자라는 잔디로 특히 봄철에 성장속도가 빠르다. 벤트그라스와 훼스큐와 같이 한지형 잔디와 배합하여 많이 쓰며 페어웨이와 러프에서는 잔디결이 불규칙하게 성장하므로 볼이 놓인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④ 조이시아는 온화한 기후에서 잘 자라며 잔디의 저항도 적어 페어웨이에서 볼이 많이 구른다. 일본지역에서는 고라이로 불리며 페어웨이에 많이 쓰이고 노시바란 이름으로 러프지역에도 사용된다.

이상으로 한지와 난지에서 잘 자라는 잔디들을 알아보았다. 위 설명에서도 언급되기도 했지만 사계절 기후를 가진 골프장에서 계절과 상관없이 항상 푸른색을 띤 코스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지와 난지형 잔디를 겸해 심어 해당 기후에 성장이 우세한 잔디가 자라도록 하는 기술이고 이를 오버시딩 혹은 덧파종이라 부르고 가을철에 주로 한다 하여 추파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겉으로 푸르다고 해서 계절별로 성장이 다른 두 개의 잔디가 번갈아 자라므로 해당 잔디의 성격을 잘 파악하여야 한다. 그저 녹색이란 색으로만 판단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새로 생기는 골프장이나 기존 코스 환경을 개조해 겨울철에도 잔디가 녹색을 띠며 사시사철 푸른색을 갖춘 코스가 늘고 있다. 바로 그런 곳에는 '추파'라는 과학이 잔디 밑에 살짝 숨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