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얼마 전 모 종합편성채널이 방송한 탐사보도에서 월미은하레일을 둘러싼 '검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요지는 지난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 개막일에 맞춰 853억을 투입해 개통하려던 이 사업이 부실시공에 따른 안전문제가 제기되어 중단된 바 있는데, 세 명의 시장을 거치며 이런저런 대안을 마련해 보았지만 더는 정상가동이 어렵다는 전문가 판단에도 또 다시 혈세 300억원을 추가해 개통을 하려고 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인천시 입장에서 개통을 하려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여서 대안을 찾아 왔지만 그 어떤 것도 마땅치 않은 데다 책임 소재와 공사 수주에 따른 비리 문제까지 불거지며 애물단지로 전락해 철거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해 왔다. 필자 또한 철거에서는 같은 입장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이를 추가해야 할 듯싶다. 그것은 부실공사도 비리문제도 아닌, "왜 이를 설치하려 했는가?"라는 발상의 문제이다.

월미은하레일은 지상 7m 높이에서 궤도 위를 작은 열차를 타고 이동하며 그 자체의 재미는 물론 주변을 조망하면서 또 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맛보게 하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지상에서 보지 못하는 새로운 각도에서 이색적인 볼거리를 체험할 수도 있지만, 어떤 장소나 대상에 대한 인식과 이해, 교감은 이격거리와 이동속도에 반비례한다. 즉 멀리 떨어질수록, 빨리 지나갈수록 직접적인 체험의 확보와 제대로 된 관계 맺기는 멀어져 간다.

월미도는 어떤 곳인가? 인천은 물론 대한민국이 지닌 파란만장한 근·현대사 영욕을 같이 했던 역사의 '현장' 아닌가. 그런데 그 자취와 흔적을 지우며 특정의 사고와 이념을 대변하거나 생뚱맞은 조형물과 시설물로 대체하고, 각종 위락시설과 모텔 등이 난립한 싸구려 관광지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를 몰랐다면 무식·무책임하고, 알았다면 고도의 문화전략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면에서 월미은하레일은 도시의 역사와 장소를 대하는 지자체(장)들의 사고와 태도를 알 상징적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명분은 많은 방문객 유치를 통한 '관광 활성화'와 이에 따른 수익 창출, 지역경제 기여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런 방식은 관광 그 자체로도 수준이 떨어지는 도시공간의 테마파크화이다.
깊이와 차별성, 맥락 없는 알량한 유혹으로 미래의 가치와 매력을 창출하지도 못하다 보니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우리 관광은 이를 없애고 표피적인 이미지만을 소비하도록 강제한다. 그렇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은 스펙터클로 다가온다.

우리 도시는 이런 논리 속에 고유한 역사성과 정체성을 간직하기는커녕 변질되고 망가져 왔다. 그러다 보니 도시 자체도 '스쳐 지나가는' 곳이 되었다.
기왕이면 세심히, 차근차근 돌아보는 가운데 그 숨은 이야기와 사연들을 마주하고 교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유도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월미은하레일의 철거는 이를 선언하는 또 다른 상징적인 사건이다. 다만 이의 설치와 개통을 둘러싼 10여년 동안의 논란과 그 내용 또한 이미 우리 역사의 한 부분으로 되었기에 적당한 곳 하나는 남겨두어 교훈을 주거나 또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삼자. 아마도 불안한 월미은하레일을 타러 오겠다고 기대하는 사람보다 이를 보러 오는 방문객들이 더 많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