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관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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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3월 소래어시장에 큰 불이 났다. 달려가 보니 어시장은 시커먼 잿더미로 덮여 있었다. 좌판 332개 중 271개가 잿더미로 변해 마음을 아프게 했다. 2010년과 2013년에도 불이 나서 큰 피해를 입었다. 세 번의 화재가 모두 전기누전으로 판명되었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전깃줄은 화재를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기에 예고된 화재다.
나는 어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화재를 걱정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시커먼 잿더미로 변한 어시장이 방송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 나갔는데 위로는커녕 인터넷에는 온통 비난의 글로 가득 했다. 모두가 상인들 잘못이다. 저울을 속이거나 죽어서 물이 간 어물을 속여 파는 나쁜 상인들과 불친절이 원인이다.

지난 해 봄 늦은 밤에 서울 사는 후배 S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술이 취한 말투였다. 다짜고짜로 소래포구가 무엇이 좋다고 그곳을 떠나지 못하냐는 항의였다. 술이 취해 헛소리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형님 오늘이 집사람 생일인데 큰맘 먹고 소래어시장에서 꽃게 5㎏을 사서 선물했더니 얼마 후 얼굴이 벌겋게 변해서 꽃게자루를 가지고 나가라고 하지 뭡니까?" 살아있는 꽃게로 알고 샀는데 5㎏ 중에 죽어서 물간 꽃게가 3분의1이 된다는 것이었다. 1㎏에 4만원 정도 할 때니 월급쟁이로서는 쉽게 사먹을 수 없는 큰돈이다.

불이 나고 수개월이 지난 후 지난 해 10월부터 소래역사관 맞은편 해오름광장에 천막을 쳐놓고 임시로 271개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주변 주민들에게는 생선 냄새와 교통체증으로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화가 난 주민들의 시위와 구청장 고발로 이어졌다. 또한 반대파 상인 일부는 불난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니 이래저래 '소래포구어시장현대화' 공사는 시작도 못한 채 한 해를 넘기고 말았다.

게다가 주민들과 일부 상인들이 합세해서 올 해 선거에서 당선되는 구청장이 어시장현대화공사를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 말은 주민이나 상인들 모두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왜냐하면 6월에 새로 선출 되는 구청장이 어시장현대화사업을 하려면 올 한해가 훌쩍 지나 내년에나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루가 급한 상인들에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또한 어시장 상권은 죽어가고 있고 민심도 더 악화되고 있다. 봄이 오면 생선냄새가 악취로 변해서 주민들은 지금보다 더 고약한 냄새와 교통 체증에 시달려야 한다.

방법은 오직 하나다. 남동구청에서는 약속한대로 재경부의 어시장토지매각승인이 결정되면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즉시 공사를 해야 한다. 동시에 해오름공원 임시어시장을 철거해야 한다. 물론 남동구청은 상인과 주민들이 확실한 믿음을 갖도록 겸손하게 다가가야 한다. 그래서 주민과 상인, 남동구청이 조금씩 양보한다면 원만하게 풀릴 수 있는 문제다.
소래포구어시장은 나라 땅이다. 이번 기회에 교묘하게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은 엄하게 다스리고 정직하게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불이익이 없기를 바란다. 또한 주변을 깨끗하게 정비해서 소래포구를 찾는 내외국인들에게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제 소래포구는 소래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시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소래포구가 명소로 거듭나는데 주민과 상인, 남동구청이 합심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