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길 인천시 아동복지관장
아이가 김치를 안 먹는다는 이유로 유치원 교사가 아이를 폭행한 사건과 3년여 간 집에 갇힌 채 굶주림과 부모의 폭행에 시달리다 탈출한 11세 소녀 사건. 최근 이런 아동학대 사건들은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피해 당사자가 보호를 받아야 할 '아동'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아동학대 행위자의 80% 가량은 부모다. 스스로 보호할 힘이 없는 아이가 오로지 기댔던 부모에게서 학대를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고, 이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안전하게 지켜주는 게 우리 사회와 어른들의 몫이다.

인천시 아동복지관은 학대피해 아동이 격리(응급조치)를 필요로 한다는 의견이 있으면 신속한 시설보호와 퇴소를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상당수 아동은 정서적안정과 보호자의 양육태도 변화 등 관계 개선 확인 후 가정으로 귀가하지만 행위자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아동은 친인척 위탁 또는 장기양육시설에서 보호를 받게 된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아동'의 경우 정상아동에 비해 학대 노출도가 높아도 몸을 피할 곳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쓰레기가 가득한 집, 요구르트로 식사를 대신하고, 학교 교육은 남의 집 이야기인 A아동. 지적장애1급으로 언어장애도 있어 자신의 피해상황도 말할 수 없었다. 몇 차례 개입에도 개선이 없어 부모로부터 격리했으나 이후 인천시에서는 입소를 받아주는 시설이 없어 타 지방 시설로 갈 수밖에 없었다. 남성보호자로부터 성 학대 의심이 되는 B아동. 응급 격리했으나 지적장애로 일시보호시설에서 거절돼 청소년쉼터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또래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2~3차례 장애인시설에 입소상담을 진행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보호하기 어렵다'였다. 결국 인천시가 아닌 타 지방의 한 중증장애인시설에서 보호될 수 있었다.

전국 2016년 아동학대 판정건수는 1만8573건으로 그중 장애 아동학대 판정건수는 1249건 6.7%를 차지하고 있다. 장애의심을 포함한 장애아동 학대피해 신고건수는 2014년 796명, 2015년 838명, 2016년 1249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인천시에는 학대피해 아동을 위한 시설로 일시보호시설과 학대피해아동전용쉼터 2곳,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이 있으나 장애아동이 아닌 일반아동 보호에 맞춘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생활시설은 강한 공격성이나 우울,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 학대피해증후군이 있는 아동들을 돌보기에는 전문 인력 부족 등 현실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인천시의 장애인구는 13만7593명으로 다른 도시에 비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시는 장애인복지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17년 8월24일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인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열었다. 인천시의 장애인 권익보호 의지다. 다만 아직 전국적으로 인권침해피해 장애인쉼터가 6곳이지만, 학대피해 장애아동을 보호할 쉼터는 없는 만큼 중앙부처의 지원과 함께 인천시도 이에 대한 빠른 대안과 방법들을 강구해야 한다.

'아동이 행복한 도시, 인천'을 목표로 올해 아동복지사업을 추진 중이다. 비록 학대피해 장애아동들의 '장애'는 바꾸어 줄 수 없지만, '학대'라는 상처를 치유해 행복하고 밝게 성장할 수 있도록 따뜻하고 안전한 보호를 지원하는 인천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