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영화 속 우리동네 찾아보기 '꿀잼'

부평구 십정동·동구 배다리 등 거쳐간 '더킹'
'보통사람' 속 여인숙과 오래된 다방 등 익숙
'하루' 딸 사고 장면 박문여고 사거리서 촬영
아시아드주경기장·인천공항을 선택한 '옥자'
재개발구역 등 다양한 곳 등장 '로마의 휴일'



2017년 올 한 해도 '영화 도시 인천'이 흥행가도를 달렸다. 아날로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추억과 낭만이 담긴 모습과 국제도시의 현대적인 면모를 모두 갖춰 제작자들이라면 누구나 눈독들일 만한 도시 인천.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 CF에 인천의 곳곳이 배경으로 등장해 보는 이들을 반갑게 했다. "저기 우리 동네 아니야?" 추운 연말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 누워 올해 개봉했던 영화를 몰아보며 스크린 속 인천을 찾아보며 꿀잼, 꿀 같은 휴식을 보내는 건 어떨까.


# '비주얼킹·연기킹·웰메이드킹', 더 킹(The King)
영화 '더 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검사 박태수를 연기한 조인성과 대한민국의 권력을 설계하는 검사장 한강식 역의 정우성이 불꽃 튀는 연기대결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정우성과 조인성, 류준열, 배성우까지 4인4색의 역대급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영화로 지난 1월 개봉해 큰 화제를 모았다.
'관상'의 한재림 감독의 작품으로, 그는 영화 기획 의도에 대해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현대사를 거쳐 살아왔다. 한국 사회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살기 편한 곳 아닌가 하는 답답함을 느꼈다. 피해자 처지가 아닌 권력자 처지에서 보다 보면 그들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냉정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화는 과거 노태우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다룬다.
이 영화는 부평구 십정동과 동구 배다리 등지를 거쳐갔으며, 올 상반기 영화관객 수 2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 평범하지 않았던 시대,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이들의 이야기, 보통사람
지난 3월 개봉한 김봉한 감독의 영화 '보통사람'은 배우 손현주, 장혁, 김상호, 라미란 등이 출연했다.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은 우연히 검거한 용의자 태성(조달환)이 나라가 주목하는 국내 최초의 연쇄살인범일 수도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이 주도하는 은밀한 공작에 가담하게 된다. 성진과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인 신문 기자 재진(김상호)은 취재 중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성진에게 사건에서 손을 떼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지만 성진은 규남의 불편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결국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영화엔 동구 송현중앙시장·화수자유시장·송림동 현대상가와 동네 여인숙과 오래된 다방 등 늘 지나치던 익숙한 장소가 속속들이 등장한다.
지난 3월엔 배우 손현주와 장혁, 김상호, 오연아, 지승현, 조달환 그리고 김봉한 감독이 남동구 구월동 롯데시네마를 찾아 인천 팬들을 만나 무대 인사를 하기도 했다.

# 끝나지 않는 지옥에 갇힌 남자들, 하루
영화 '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 은정(조은형)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를 만나 그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딸을 잃은 의사 준영(김명민)의 하루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딸을 되살리기 위해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간다.
영화에선 송도 센트럴파크 지하주차장, 인천국제공항, 송도2교 도로, 트라이보울 부근 인도, 스마트밸리 앞 도로 등 주된 배경이 인천으로 등장한다. 특히 딸의 사고를 목격하는 비극적 장면은 박문여고 사거리에서 촬영됐다.
첫 촬영부터 끝날 때까지 무더위 찜통더위에 고생했다는 배우들은 지난 5월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인천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김명민은 "박문여고 사거리는 이제 돌아서 간다. 얼마 전에 갈 일 있었는데 돌아서 갔다"며 고개를 저었고, 변요한 역시 "얼마 전에 가족들이 송도에 간장게장을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안 먹는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 한 편의 잔혹동화, 옥자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미자(안서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SF 모험 영화 '옥자'. 봉준호 감독이 지난 2013년 발표한 '설국열차' 이후 4년 만에 꺼내든 '옥자'는 브래드 피트가 만든 제작사로 유명한 플랜 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투자를 맡아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과 인천국제공항 등을 촬영지로 선택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인천을 찾아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무대인사차 지난 6월9일 지역서 가장 오래된 애관극장에 배우 최우식, 프로듀서 서우식과 함께 찾아 영화를 홍보했다. 봉 감독은 "워낙 역사가 깊어 전설적인 극장이라 꼭 한 번 와 보고 싶었는데 매우 의미 있고 기쁘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천일보 7월10일자 15면>
한편 영화 '옥자'는 한해를 뜨겁게 달군 영화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주연배우 안서현은 '2017 베스트 연기자'로 꼽혔다. 세계적인 동물단체는 봉준호 감독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데 이어 '옥자'의 제작투자사 넷플릭스를 '올해의 기업'에 지명했다.

# 웃기지만 우습지만은 않은 코미디 영화, 로마의 휴일
인생역전을 꿈꾸며 현금 수송 차량을 탈취한 임창정, 공형진, 정상훈이 경찰에 쫓기던 중 '로마의 휴일'이라는 나이트클럽에 숨게 되며 발생하는 코믹 인질극을 그린 영화 '로마의 휴일'.
동구 송림동의 재개발구역과 한 분식집과 운서역 인근도로, 계양구 일식집 등 다양한 곳이 영화 배경지로 등장한다. 일각에선 낙후한 동네를 우범지대로 낙인찍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따르기도 했다.
한편 지난 8월 네이버 무비토크 라이브에 출연한 정상훈은 "인천에서 로케이션 했다. 3박4일 정도 같은 곳을 계속 돌았다"고 소개했다. 공형진 역시 "역동적인 장면으로 위해 여러 번 촬영했다. 임창정과 다른 배우들은 뒷자리라 더 힘들었을 것 같다"고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사진제공=인천영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