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의상, 사탕 준비해 오세요."

10월31일 핼러윈(Halloween).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이 서양풍습을 두고 인천의 일부 어린이집과 유치원들이 파티를 열며 기념하고 있다.

고가의 특수 의상이나 먹거리를 준비물로 챙겨야 하는 부모들은 서양축제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단오나 추석, 설날 고유명절도 아니고 … 이해가 안되요"

4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인천시민 A씨는 지난주 어린이집 가정통신문을 받고 황당했다. 핼러윈 파티가 있으니 아이의 복장을 갖춰 오라는 주문이었다. 원아들이 나눠먹을 사탕과 초콜릿도 지참하라고 했다.
부랴부랴 인터넷 쇼핑몰에서 3만원 상당의 마녀 가운과 빗자루, 호박모양 바구니 등을 주문했다. 사탕도 유령이 그려진 것으로 어렵게 구해 일일이 포장을 했다. 준비물을 마련하면서도 미국인들의 문화를 왜 우리 딸이 따라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핼러윈은 미국의 그리스도교 기념일이다. 매년 10월31일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리면서 자신을 악령처럼 꾸며 실제 악령이 찾아오지 못하게 한다는 풍습에서 유래됐다.

미국의 고유문화로 영화나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던 핼러윈을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일부에서도 즐기기 시작했다. 이것이 수년 전부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까지 스며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과 대형마트 등에는 어린이용 핼러윈 상품들이 대거 배치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의미도 모르고 남의 나라 기념식을 흉내 내는 것이 마뜩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종교적인 이유로 거부감을 갖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해가 갈까 눈치가 보여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천의 한 유치원 학부모는 "지나가다 보니 다리에 피 묻은 분장을 한 어린이집 아이들이 핼러윈이라며 신이 나 있었다"며 " 한국 고유의 명절도 아니고 이질감이 들어서 하기 싫지만 우리아이만 안 하겠다고 빠질 수가 없어 억지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