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지금쯤(12)

 왕복 6차선의 은혜거리 양쪽에 두 가닥의 전선줄을 매단 전신주가 유보도 곳곳에 드문드문 서 있었고, 두 가닥의 전선줄에 등을 묶은 듯한 무궤도 버스가 열두 바퀴를 굴리면서 다가왔다. 유보도에 서 있던 직장인들이 일시에 버스 문 쪽으로 우우 몰려들었다.

 『어머님, 어서 타시라요.』

 정남숙 과장은 손씨의 손을 잡고 버스 문 곁으로 다가갔다. 먼저 다가간 사람들이 문 주위에 몰려 있어 안으로 파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정남숙 과장은 곁에 선 젊은 남자에게 손씨가 몸이 아파 병원에 모시고 가는 길이니까 좀 도와 달라고 사정했다. 그러나 젊은 남자는 들은 척도 안했다. 이번 버스를 놓치면 금방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젊은 남자는 머리부터 먼저 내밀고 돌진해 갔다. 거기에 밀려나지 않으려고 한 중년 여성 동무가 악을 쓰며 매달렸다. 버스 문 위에 간신히 올라선 사람은 사람 붙잡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뒤에 매달린 사람들은 들은 척도 안했다. 버스 탈 때는 으레 그런데 시끄럽게 소리치지 말고 빨리 안으로 들어가기나 하라고 되려 악을 썼다. 줄을 서서 차례대로 올라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정남숙 과장은 손씨를 앞세우고 시어머니의 등뒤에다 가슴을 갖다댔다. 그리고 옆으로 다른 사람이 파고들지 못하게 두 팔로 시어머니를 껴안으며 지긋이 밀었다. 그러자 뒤에 선 사람이 등을 밀어 주었다. 그때 옆에 선 사람이 파고들었다. 정남숙은 『로인네 배 터진다!』고 소리치며 시어머니를 계속 떠밀었다. 손씨는 끙끙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잘 참아 주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밀려서 버스 문 앞까지 접근했다.

 『이보라, 려성동무! 이 손 좀 당기라.』

 정남숙은 문턱에 올라선 젊은 여성에게 반 명령조로 소리쳤다. 젊은 여성이 팔을 뻗어 손씨의 손을 잡아 주었다. 정남숙은 시어머니의 등을 밀며 함께 버스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는 계단을 올라서며 시어머니를 계속 밀었다. 손씨가 진땀을 흘리며 밀려오자 먼저 올라 탄 사람들이 조금씩 몸을 짜면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내주었다. 그때 버스 앞쪽 중간 좌석에 앉아오던 인민병원 홍명숙 내과과장이 아는 체를 하며 눈짓을 보냈다. 같이 탄 로인네가 누구냐고. 정남숙 과장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야, 좀 일어나라. 안전부장 곽병룡 상좌 어머님이야.』하고 귓속말로 말했다.

 홍명숙 내과과장이 빠르게 눈동자를 굴려대다 쿡 웃었다.

 『곽병룡 상좌가 누구네. 동무 지금 안전부장 동지 말하는 거네?』

 『기래.』

 『그럼 이 로인네가 네 시어머 아니네?』

 홍명숙 과장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