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만 인천시의회 의원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983년에 이미 인구 대체수준인 2.08에 도달했다. 2004년엔 1.16으로 세계 최저 수준에 달했다. 현재 수준의 출산율이 계속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 인구는 2100년에 지금 인구의 3분의 1 수준(1600만명)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심각한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출산율 저하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경제성장률 하락을 초래하고 연금재정 부족, 징집인원 감소, 학생수 감소, 노인 의료비 증가 등 급격한 인구고령화와 함께 수많은 사회문제로 파생될 것으로 예견된다. 저출산의 직접적 원인으론 '자녀 양육의 경제적 부담'과 '가정과 일터의 양립 어려움'을 들 수 있겠다. 더 근본적 원인으론 고용 불안정 등으로 인한 소득 불안정 증가 등 노동시장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2016년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수립하는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 정책으로 현재 제3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핵심 정책으로 크게 만혼·비혼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 일자리 창출, 결혼에 가장 큰 부담인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주택 공급, 일·가정 양립 문제 해결을 위한 남성의 가사분담 확대방안 및 육아제도 개선, 난임부부를 위한 지원 패키지 도입 등이 있다. 그러나 그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국가 책임보육, 다양한 일·가정 양립제도 등을 도입해 출산율 하락 추세가 일정 부분 반등했지만 만혼·비혼 추세 심화, 취업모의 낮은 출산율 등으로 정책 효과는 한계를 보인다. 효과성도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출산율 제고 정책을 펴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요 국가의 출산 장려정책을 가족정책의 일환으로 다뤄 왔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아동에 대한 재정적 지원(조세 및 보조금), 보육시설에 대한 접근성,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 제고, 육아 휴직, 일과 양육의 조화를 위한 다양한 가족정책을 제공하고 있다. 정책 수행에서 조세 및 보조금 정책을 보면, OECD 회원국들은 출산 장려를 위한 가족정책에 국내총생산(GDP)의 약 3%인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자녀 출산과 동시에 양육을 위한 수당 및 지원금 제공, 세액 공제, 주택 보조금 정책 및 다자녀 가구에 대한 혜택도 상대적으로 크게 제공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정책에 대한 예산 지원은 미약한 편이며 주요 정책이 노동시장의 한계 등에 부딪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2016년 우리나라 GDP 규모는 1조4112억달러(세계 11위)고 GDP의 3%는 대략 42조원 규모였다. 한편 인천시의 출산율은 1.21로 전국 17개 시·도 중 14위에 불과할 만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문제 개선을 위해 인천시가 추진하는 사항으로는 공공부문의 출산과 육아 장려를 위한 휴가 마련, 다자녀가정 부모 분담 보육료 지원, 출산 가정에 선물 제공 등이 있다. 이는 지방재정의 한계상 지원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며 실효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인천시의회는 저출산 해소와 바람직한 육아정책 모색을 위해 올 1월부터 의원 연구단체인 저출산 해결방안 연구회를 꾸려 활동 중이다. 저출산 관련 설문조사와 캠페인을 통해 시민사회 및 단체와 협약을 맺고 문제 해결을 함께 고민하고 추진할 네트워크 구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국폴리텍Ⅱ대학을 시작으로 인천관광공사, 인천여성가족재단,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 등 총 22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설문 작업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각계 각층 3000여명의 설문 데이터를 확보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출산 및 육아 관련 특별한 지원정책을 강구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저출산 대책'보다는 '저소득층 복지정책'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젠 경제·주거의 안정은 물론 미래에 대한 보장, 육아와 교육까지 뒷받침해야 하는 시대이다. 정부 정책에서 선행과제를 제시하는 역할도 필요한 시점이다. 저출산에 대한 위기의식은 커가고 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재정 문제를 탓하며 저출산 해결의 시급성을 늦출 수 있는 단계는 지나버렸다.
우선 저출산 정책 수행기관들의 업무를 체계화하고,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낫다는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국민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홍보와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재정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선진국처럼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보편적 현금 지원제도 도입, 보육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재정 투입, 노동시장의 일·가정 양립 제도 정착화 방안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