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기업재난안전협회장·전 인천시 정무부시장
언제까지 가뭄을 하늘에 의존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평균 이하 강수량이 지속적으로 보이는 지역에서 가뭄 현상이 나타난다. 가뭄 영향을 받는 지역에선 생태계와 농업이 큰 피해를 입는다. 가뭄은 '소리 없는 재난'으로 흉년,기근, 질병으로 이어진다.
그럼 우리 조상들은 가뭄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기우제를 지낸 기록이 있지만 타들어가는 논밭과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전시 효과에 불과했다. 물을 귀하게 여겼던 조상들은 일찍이 보(洑)나 저수지를 쌓아 물을 관리했다. 보는 저수지를 쌓기 어려운 작은 하천이 흐르는 곳에서 물을 모아 두기에 적합한 시설이다. 작은 골짜기에 축조된 소규모 보는 조상들이 얼마나 물을 귀하게 여기고 효율적으로 이용했는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277㎜ 세계 평균 807㎜보다 많지만 대부분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려 소중한 수자원이 곧장 바다로 빠져 나간다. 물을 가둬놓을 그릇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연평균 강수량이 1700㎜로 우리나라보다 좋은 조건이지만 2016년부턴 가뭄을 극복할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국토 면적은 남한의 세배 정도이지만 저수지는 무려 열배가 넘는 20만개를 건설했다. 우리나라는 다목적댐 18개를 포함해 1만8000개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전체 저수지의 70% 가량은 일제강점기 때 건설된 것이어서 낡아 있다. 일본 저수지 실태를 조사하러 둘러봤는데 산, 하천, 계곡마다 온통 저수지였다. 대형댐만 2700개가 넘는다.
저수지(댐)를 건설할라치면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거론조차 못하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4대강 사업은 잘 했다고 본다.

4대강 사업의 주요 목적은 홍수·가뭄 대비, 수질개선 및 생태계 복원, 주민과 함께하는 복합공간 창조 등이다. 4대강 유역 개발로 홍수방어대책은 물론 미래 물부족에 대비해 13억t(충주댐 저수량의 1/2 정도)의 수자원이 확보됐다. 가뭄 때 나타나는 녹조는 4대강 건설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물을 가둬서 생기는 게 아니라 상류 지역의 오수와 축산폐수가 주 원인이다. 상류 지역에 오폐수처리시설 비용을 전액 정부 부담으로 설치한다면 녹조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 논면적 95만ha 중 수리답 비율은 60%에 불과하고, 밭은 75만ha 중 수리시설권에 있는 면적이 고작 20%다. 가뭄 해갈엔 물이 턱 없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점점 강도가 심해지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이상은 물순환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부족 해결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선 여름철에 물을 가두고 가뭄 때 공급하는 물공급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어느 정도 물그릇이 확보될 때까진 무식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적재적소에 중·소규모 댐을 중심으로 저수지와 저류지를 건설하는 과감한 정책이 요구된다. 기존 저수지(댐)를 고도화해야 한다. 저수지 제당(둑)의 차수벽 설치 및 보강, 저수지 바닥 준설 및 불투수층으로 개량, 수혜지역별 공급시설의 체계화, 저수지 운영시스템의 현대화도 병행해야 한다. 치수와 이수를 겸한 다목적댐 간 연결도 수자원 확보를 위해 좋은 방안이다. 한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낙동강, 금강. 영산강으로 넘기는 4대강 수계통합이 새로운 롤 모델로 될 수 있다. 비상용으로 해수 담수화시설 설치도 고려해야 한다. 쓸데 없는 데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쓸 곳에 돈을 써야 한다. 지속적인 투자만이 가뭄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