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군 "영세상인 보호" 하나로마트 신축 반려
행심위 "제한 명분 부족" 주민·농협 손 들어줘
인천 섬마을에 상권을 둘러싼 영세상인과 농협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주민 대다수는 편의를 이유로 농협 하나로마트 입점을 반기는 반면 영세상인들은 생존권에 위협받는다고 맞서고 있다. 6년 전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진출을 놓고 벌어졌던 논쟁이 농협 하나로마트 입점을 놓고 섬마을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9일 인천시와 옹진군·옹진농협·주민 등에 따르면 옹진군은 올 4월 옹진농협의 하나로마트 덕적지점 신축과 관련한 건축 허가 신청에 대해 반려 처분 내렸다.

옹진농협은 지난해부터 덕적도 진리 선착장 인근 부지 약 3967㎡(1200평)에 옹진 농협 덕적지점 및 하나로마트 신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는 토지 매입비 9억8000만원, 건축비 42억원 등으로 예상된다. 옹진농협은 올 3월 옹진군에 건축 허가 신청을 낸 바 있다.

옹진군이 반려 처분을 내린 이유는 소상공인 보호 차원이다. 덕적도에는 마을마다 소규모 마트 3곳이 있다. 하나로마트가 입점할 경우 소규모 점포 영업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옹진군은 우려했다. SSM 규제 대상에서 농협 하나로마트는 제외된다.

하지만 덕적도 주민 대다수는 옹진군의 이 같은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섬 슈퍼에서 파는 제품 가격이 비싼데다 도서지역이라는 특수성으로 상품 선택의 폭도 넓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인들마저 식재료를 구입하는 게 힘들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덕적도의 한 주민은 "맥주 1병이 육지에서는 1450원이지만 섬에서는 2000원일 정도로 거의 20~30% 차이가 난다"며 "싸고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게 당연한 주민 입장에서는 하나로마트가 생기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덕적도 주민은 하나로마트 신축 찬성 주민 청원서를 제출하고, 옹진농협도 옹진군에 건축허가 반려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소상공인은 마트 신축 반대 진정서를 냈다.

결국 지난 달 말 인천시행정심판위원회는 옹진농협의 손을 들어줬다. 인천시행정심판위원회는 지역 경제 보호 역시 중요한 공익이지만 건축법의 입법 취지인 건축물의 안전·기능 등과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했다.

특히 덕적면 인구 상당수가 생활상 편의 및 편익 증대, 삶의 질이 향상되는데, 단지 지역 경제 보호라는 명분만으로 건축허가를 제한할 중대한 공익이 있는 것으로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옹진농협 관계자는 "하나로마트는 지역 물가 안정을 위해 추진한 사업인데, 전국에서 건축 허가가 불허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다시 건축 허가 신청을 내 사업을 추진할 계획"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