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위법 알지만 이사 어려워" … 감독 "지역까지 따지면 운영 한계"
제2의 류현진을 꿈꾸는 야구 꿈나무들이 떠돌이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인천 서흥초교 야구 선수들은 어린 나이지만 야구에 대한 신념으로 집을 떠나 먼 곳의 학교로 와야 했다.

그러나 학교가 올해부터 위장 전입생 입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고강수를 뒀다. 37년 전통이 있는 한 학교의 야구부가 탁상행정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4일 해당 학교 학부모들은 집단 반발하는 한편 이 문제가 주변 학교 운동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인천일보 7월4일자 18면>


▲아이 꿈 외면하는 교육 현실

운동부 학부모들은 교육 현실에 대해 "비현실적인 법이 아이들의 꿈보다 앞서 있다"고 꼬집었다.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어렵게 찾아 갔지만 학교는 오히려 어린 학생들의 꿈을 짓밟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역시 위장 전입이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반면 경제적인 사정 등으로 이사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학부모들은 하소연했다. 한 학부모는 집을 내놨지만 팔리지 않고, 또 다른 학부모는 두 자녀 중 한 자녀가 일반 학교에 진학을 해야 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동구의 한 초교 운동부 학부모는 "운동부의 위장 전입은 투기나 투자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성격에 따라 구분돼야 한다"며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이 운동부를 고사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수 수급 한계

인천 내 학교 운동부 운영이 위태위태하다. 선수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수급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출산율 저하로 해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데다 전입 규정마저 강화되는 게 주효한 원인이다. 만약 최소 인원인 9명을 채우지 못하면 대회 출전은 꿈도 못 꾼다.

특히 인천 초등학교 야구부 상황은 심각하다. 인천 내 초등학교 야구부는 원도심인 동구에만 절반 가까이 몰려있다. 총 8곳 가운데 동구에 3곳(서흥·서림·창영초)이 있다.

학교 1곳당 정원이 200명 수준인 동구에 야구부가 집중돼 있어 지역 내에서만 선수를 모집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학부모들의 목소리다.

인천의 한 초교 야구부 감독은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전학을 와야 하는데, 학교가 이를 막으면 당연히 선수 수급이 중단 된다"며 "전국적으로 운동부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유일하게 인천에서만 그 수가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 기반 흔들리나

수 십 년의 역사를 가진 야구부가 교장 등의 영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도 문제라고 학부모들은 지적하고 있다. 교장의 생각에 따라 운동부 운영에 대한 태도가 매번 바뀐다고 학부모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이는 곧 야구 스포츠 근간을 흔드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중학교 야구부 입학생 중 초교 야구부 출신 비율이 지난해 70~80%이었지만 올해 50%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리틀야구단 비율이 20~30%에서 50%까지 올랐다는 분위기다.

한 초교 야구부 학부모는 "학교 출신 선수가 정기적으로 모교를 찾아 후배를 위해 훈련을 돕고, 야구 물품을 기증하는 등 꾸준하게 교류하고 있다"며 "학교는 잠시 거쳐가는 곳이 아니다. 누구나 자긍심을 갖고 다시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