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 경기본사 사회부 부장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적폐 청산을 위한 전방위 사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산 대상에는 사드 반입 보고누락, 방산비리, 차세대 전투기 F-X 사업 감사원 조사 등 군(軍) 관련이 적잖다.

이와 맞물려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시점에 곪아 있던 군부대 내 무기계약 및 기간제 등 말단 직원들의 각종 인권침해 사례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고용이 불안한 탓에, 또 철옹성처럼 견고한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군 문화를 그대로 옮겨온 탓에 온갖 설움을 감내하던 그들이 용기를 냈다.

임금체불과 함께 상급자의 동성 성추행, 하대(下待)와 막말, 직원 간 왕따 등 피해사례 주장은 부지기수다.

공군기지 내 골프장인 오산체력단련장에서는 동성 성추행, 체불임금, 왕따 문제가 불거졌다. 수원체력단련장에서는 명절휴가를 빼앗고, 성남체력단련장에서도 골프공에 맞은 캐디들에게 "왜 거기 서 있다 공에 맞느냐"는 식의 막말을 했다는 것 등이 피해주장의 요지다.

체불임금 논란은 공군 원주·사천·청주·강릉체력단련장에서도 진행 중이다.

앞서 국군복지단의 한 체력단련장 50대 관리사장이 40대 동성 직원에게 강제 입맞춤 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같은 사례는 공군 14곳을 비롯해 전 군(軍)의 34곳 체력단련장 관리·운영을 장성이나 영관급 출신 예비역이 독식하면서 군 문화를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소위 '군피아(군대 마피아)'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각종 피해주장이 잇따르지만 국방부는 뒷짐을 진 모양새다. 또 언론보도 대응을 보더라도 골프장 말단 직원들의 고통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공군본부, 작전사령부, 공군오산기지 작전사령부근무지원단 관계자 누구도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단지 언론에 거론된 상관의 이름이나 특정 부대 이름 노출에 얽매여 전전긍긍하기 바빴다.

지난달 31일 공군 체력단련장 관리사장 10여명은 1박2일 출장을 달고 그들만의 단합자리인 청주체력단련장에 모여 라운딩을 즐겼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인터뷰를 위한 관리사장 휴대전화 너머에서 들려 온 것은 "위하여"였다.

이 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민구 국방부장관으로부터 사드 4기 추가 반입을 확인하고, "매우 충격적"이라며 진상조사 지시를 한 바로 다음 날이다.

지금 정부의 적극적인 비정규직 문제해결 시도와는 달리 체력단련장 말단 직원들은 정리해고, 근로연장 계약 불가 등 들려오는 소문에 불안해 하고 있다.

국방부는 곪은 상처를 도려냄과 동시에, 사회적 약자인 이들의 고용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밝히는 것을 시작으로 내부 적폐 청산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