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이사.법무법인 나라 대표변호사
수원고등법원이 2019년 3월 문을 연다.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 고등법원에 이어 6번째의 고등법원이 드디어 경기도민들의 염원을 안고 출발하게 된다. 서쪽으로는 안산시, 동쪽으로는 양평군까지 경기 남부의 20개 시·군 인구 900만명 정도를 관할하는 메머드급 고등법원이 설립되는 것이다. 생활권, 거리 등의 지정학적 사유로 인천지방법원 관할인 부천·김포시, 의정부지방법원 관할의 고양·파주·양주·동두천·연천·포천·가평·남양주·구리·의정부는 주민의 편의를 위해 제외된다.

고등법원·특허법원·지방법원·가정법원·행정법원과 지방법원 및 가정법원의 지원, 시·군법원의 설치·폐지 및 관할구역은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규정(법원조직법 제3조 제③항)에 따라 각급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의 별표3의 개정을 통해 수원고등법원이 설립된 것이다(각급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호). 경기도민의 정치적인 승리인 동시에 함께 경축할 일이다.
오랜 기간 법원을 포함한 정부기관은 통치기구로만 군림하였지, 스스로 행정이라는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의사는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등법원 설립 역시 법원 내부의 문제로만 생각했지, 소비자인 시민의 입장에서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와 경기도민들이 평등한 재판권을 보장할 것과 서울까지 가지 않고 동네에서 질 좋은 서비스의 제공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자 이에 대해 수동적으로 수원고등법원의 설립을 허용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외에도 6개의 지방법원을 두고 있는데 반해, 수원고등법원 휘하에는 수원지방법원이 안양·안산·성남·여주·평택지원을 두고 있는 단일 지방법원체제이다. 이는 광주고등법원, 부산고등법원, 대전고등법원이 여러 개의 지방법원을 휘하에 두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인구 900만명을 관할하는 수원고등법원은 별개의 지방법원을 설립해 지역주민들에게 손쉬운 법원 접근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것을 법원 구성원의 편의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기준으로 보면 의외로 문제는 간단하다. 광명시에 거주하거나 하남시에 거주하는 주민이 1심 재판이나 항소심을 위해 수원지방법원까지 접근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재판의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이를 맞추기 위해 너무 일찍 출발해 하루의 일과를 망쳐야 하거나 반대로 지각해 재판을 받지 못하는 불편을 겪는다. 마찬가지로 먼 거리에 있는 자신의 변호인과 대화를 충분히 나누기도 어렵다. 결국은 재판으로 마음이 불편해진 지역주민의 편의성을 중심에 두고 지방법원개설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첫째, 지방법원의 개설과는 관계없이도 주민의 편의성을 위해 현재 법원의 편의를 위해 불편하게 획정돼 있는 법원의 관할구역을 이 기회에 고쳐야 한다.
예를 들어, 광명시 주민들(특히 철산동, 하안동 주민들)은 인접한 안양지원을 놔두고, 멀리 안산지원을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시흥시를 지나서 가야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당연히 기존 생활권과 주민의 교통접근권의 측면에서 대승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광명시청과 지역정치인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이다.

둘째, 경기남부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수원지방법원의 지리적 단점을 보완해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기남부면서도 서울의 외곽을 구성하고 있는 도시들을 위한 지방법원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지하철 4호선과 외곽순환도로로 연결된 벨트를 따라 지방법원을 설립하면 이 지역주민들은 법원에 대한 손쉬운 접근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셋째, 교통여건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도시에서 생활해 본 사람들은 거리의 문제보다 교통의 편리성을 훨씬 중시한다. 지하철, 외곽순환도로에서의 손쉬운 접근성이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인구 900만명에 대한 효율적이고 편리한 사법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수원지방법원 이외에도 새로운 지방법원의 출현은 바람직하다. 그 기준은 당연히 이용하는 주민의 편리성이다. 법원에 가는 사람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간다. 그런만큼 법원에 가는 길이 지하철과 직접 연결되는지, 수도권 외곽순환도로라는 편리한 도로망과의 연계성은 있는지, 동일 생활권인지 등을 세심하게 살펴서 오직 주민을 위한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법은 통치행위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국민에 대한 서비스라는 신념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