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무엇인가를 아낌없이 흥청망청 써버릴 때 '물 쓰듯 한다'라고 말한다. 물은 지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물은 식수로 사용할 수 없으며, 약 2.5%의 물만이 염분이 없다. 그 중 3분의 2는 북극과 남극의 빙하에 갇혀 있고, 남은 물의 20%는 물을 사용할 수 없는 지역에 있거나 홍수 등으로 피해를 준다. 결국 지구에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0.08%에 불과하다.

세계물위원회는 오는 2020년 인류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17%의 물이 더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지금 상태가 유지된다면 100만명의 사람이 굶주림과 갈수로 생명을 잃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엔에서 발표한 물 부족국가이다. 연평균 강수량은 1245㎜로 세계 평균(973㎜ 수준)과 비교할 때 적지는 않다. 강수량은 많은데 국토의 70%가 급경사의 산지인데다 비가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려 바다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금년의 극심한 가뭄은 농업과 식량문제에 미칠 파급 효과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안정적인 수자원을 확보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인 논물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100㏊의 논에 10㎝ 깊이로 물을 담는다면 10억t을 저수할 수 있다. 논이 지하수를 보충하는 기능은 연간 160억t 정도로 전 국민이 1년간 사용하는 수돗물 양의 2.7배나 된다. 논의 홍수 조절양과 맞먹는 다목적 댐의 건설비용을 계산하면 무려 15조원이나 되고, 소양강댐 저수량의 8.3배에 달하는 양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6%로 OECD 국가 중 3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그나마 쌀을 제외할 경우 식량자급률은 5% 수준이다. 이는 일본을 제외한 선진국들의 최소한 80%가 넘는 식량자급률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물 전쟁과 식량안보까지 우려되는 현실에서 쌀을 생산하는 논은 홍수예방, 수질정화 등 환경보존기능과 수자원을 확보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물 부족과 그로 인한 식량부족은 사회갈등이나 폭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수입쌀 증가 등으로 인한 영농포기, 대규모 택지개발 등으로 논 면적이 감소되는 시점에서 논이 갖고 있는 기능에 대해 새로운 평가가 필요하다.

/류기형 농협경주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