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형 보급 늘었지만 관련제도 없어
"무면허·안전모 미착용 심각 … 단속 어렵다"
회사원 김모(34·인천 계양구)씨는 지난 주말 집 앞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다가 눈을 의심했다. 왕복 8차선 도로, 좌회전 차선 선두에 있던 그의 차량 앞으로 전동 킥보드 한 대가 멈춰 선 것이다.

김씨는 "발판에 서 있는 게 고작에다 속도도 느려 '여기 있어도 되나' 싶었다"며 "전기 주행이라 엔진 소리도 안 나 사각지대 사고 가능성도 큰데, 운전자는 헬멧도 쓰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근 30만원대 전동 스쿠터가 대거 출시되면서 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 문제 등 관련 제도는 한참 뒤처져 있다.

9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의 한 업체가 내놓은 전동 킥보드가 요즘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현지 출시 가격이 1999위안(한화 34만원대)으로 타사 제품 가격에 절반이지만 성능은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킥보드는 아직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찾는 손길이 급증하고 있다. 해외 직구로는 싸게는 30만원 후반대, 중고의 경우 20만원 대에도 거래 중이다.

전동 스쿠터 보급이 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얘기를 들어보면 전동 킥보드나 세그웨이 등 전동 스쿠터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다. 만 16세 이상 가능한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등의 면허가 있어야 하고, 인도가 아닌 차도로 통행하는 등 도로교통법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전동 스쿠터 속력은 평균 1시간에 20㎞ 수준이다. 인도로 가기에는 빠르고,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함께 달리기에는 느리다. 아직 인식 부족 탓에 안전모 착용 등 안전 수칙도 무시되기 일쑤다.

인천 한 교통경찰은 "면허가 없는 초·중·고교생 아이들이 이용하는 경우도 자주 보이며 안전모 미착용, 도로 역주행 등으로 교통사고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는 실정"이라며 "단속 등은 물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