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1번지, 친엄마가 여기 사셨습니다."

6일 만난 벨라 달튼(56)씨는 어머니가 살던 주소가 적힌 휴대전화 속 사진부터 내밀었다. 1966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내파 지역의 한 가정에 입양되고 51년 만의 한국에서 그는 생모를 찾고 있었다. 5살 무렵, 입양기관인 '한국사회봉사회'(KSS)에 맡겨지기 전까지 그는 어머니와 인천에 살았다고 한다.

"친엄마가 지어준 이름은 이지순,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가 근무하던 경기도 동두천에 태어나 고아원으로 가기 전까지 인천에서 살았고, 인천에서 찍은 사진도 있다"며 "16박17일 일정인 이번 한국 여행을 소화하기에 몸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엄마와 내 삶이 밴 인천에 오니 엄마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부터 혼혈 입양인 모국 방문프로그램 '모자이크 하파 투어(Mosaic Hapa Tour)'가 진행됐다. 6일 행사는 이번 프로그램 일정 중 하나로 부평구가 주최했고, 한국GM이 후원했다. 달튼씨는 미국과 네덜란드 등지에 거주하는 혼혈 입양인 30여명과 함께 이날 인천을 찾았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미국 소재 비영리단체 '미앤코리아'는 매년 22~25명 가량의 전세계 해외 입양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방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문화 체험, 봉사활동 등 의미 있는 장소를 방문하고 친가족을 찾는 걸 도와준다.

이들은 오전엔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내 빵공장을 방문한 뒤 한국GM 부평공장을 둘러봤다. 오후엔 부평역사박물관 행사장에서 부평구립풍물단 공연도 관람했다.

'미앤코리아' 관계자는 "미국 거주 혼혈 입양인들은 어릴적 잠시 생모와 함께한 고국 하늘을 늘 동경한다"며 "인천 부평에 미군부대가 있어 미군 아버지를 둔 이들 감회가 남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주로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미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국내 혼혈인 중 6·25 전쟁 이후 해외로 입양된 아동들은 대략 4만명 가량으로 파악된다. 1945년 8월 광복 이후 후 부평 신촌 일대에는 미군들을 상대로 하는 상업지구가 번성했으며, 특히 재즈를 비롯한 미국 최신 유행음악이 국내에 가장 빨리 전파되는 곳으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