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
# 어처구니없이 실격된 닉 팔도
한때 세계 최고의 골퍼로서 명성을 누린바 있던 닉 팔도(Nick Faldo). 5대 메이저로 불릴 만큼 명성이 있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경기 마지막 날 라운드에서 일어난 일이다. TPC 소글래스의 스터디움 코스 여섯 번째 홀 파4에서 친 세컨드 샷이 그린 근처에 있던 커다란 나무에 처박히면서 볼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에 팔도는 룰 28조의 언 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고 그 자리에서 1벌 타를 부과 후 경기를 속행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갤러리가 룰 심판관을 찾아 팔도의 방법이 바른 것인지 문의하면서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팔도는 두 가지의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첫째는 룰 20-7b인 오소에서의 플레이를 위반했으며, 둘째는 룰 27조의 분실구의 해석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팔도는 자신이 친 볼이 나무속에 들어갔기 때문에 플레이를 할 수 없어 언플레이블을 선언했다고 했다. 그러나 볼이 나무숲 같은 곳에 숨어있는 경우는 그 속에 자신의 볼이 반드시 있는지 여부를 식별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몰랐던 것이다. 따라서 볼은 분실구가 되며 팔도는 분실구가 생기면 1벌 타를 부가 받고 그 전에 쳤던 자리로 되돌아가 다시 경기를 했어야 하는 것을 모른 상태에서 오소플레이가 됐음을 몰랐던 것이다. 이에 따라 룰 심판관은 팔도의 뒤를 좇아 룰이 잘못됐음을 알리러 갔으나 이미 팔도는 다음 홀에서 티샷을 마친 상태였다. 이미 어긴 룰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다음 홀에서 티샷이 이뤄지기 전이어야 하며 마지막 홀에서는 홀인을 마치고 퍼팅그린을 떠나기 전에 이뤄져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팔도는 중대한 룰을 어긴 항목에 대해 적용 실격(disqualification)처리 당하면서 더 이상 경기를 지속할 수 없었다.

# 죽었다고 다 루즈 임페디먼트는 아니다
PGA투어 톱 선수인 브래드 팩슨(Brad Faxon)은 정말 해괴한 경우를 맞았다. 1998년 10월 월트디즈니 매그놀리아코스 11홀에서의 드라이버 샷이 코스 내에 있던 나무아래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 공이 놓여있던 바로 위로 길게 내려진 덩굴이 나무에 칭칭 감겨있었고 그 덩굴 속에는 다시 썩은 듯한 커다란 나뭇가지가 그의 스윙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룰 상 명기된 정의에 의하면 그 나뭇가지는 분명히 루즈 임페디먼트가 분명했다. 그러나 나뭇가지를 싸고 있는 그 덩굴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덩굴은 룰 정의상 루즈 임페디먼트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루즈 임페디먼트란 자연물로써, 고정되어 있지 않거나 또는 생장하지 않고 땅에 단단히 박혀있지 않으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나무에 감겨진 상태로 고정돼 있는 것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따라서 덩굴 속의 나뭇가지는 루즈 임페디먼트임에도 불구하고 그 나무가 루즈 임페디먼트가 아닌 덩굴 속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팩슨의 스윙을 방해했지만 어쩔 수 없이 볼이 놓인 그 상태에서 경기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루즈 임페디먼트(Loose impediment) 란 : 자연물로써, 고정돼 있지 않거나 또는 생장하지 않고 땅에 단단히 박혀 있지 않으며, 볼에 부착돼 있지 않은 돌, 나뭇잎, 나뭇가지 같은 것들과 동물의 분, 벌레들과 배설물 및 이것들이 쌓여 올려진 것들을 말한다. 모래 및 흩어진 흙은 퍼팅그린위에 있는 경우에 한해 루즈 임페디먼트다. 서리를 제외한 눈과 천연 얼음은 캐주얼워터 혹은 루즈 임페디먼트로 치는데 이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다. 인공의 얼음은 장애물이다. 이슬과 서리는 루즈 임페디먼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