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대학생 10명 중 7명은 졸업한 뒤 인천에 계속 머물지 않을 생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주거환경'이 주된 이유였다. 경인여대 윤호 교수는 최근 발간된 인천학연구 제26호에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윤 교수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지역 대학생 39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졸업 후 희망거주지'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의 32.7%만이 인천에 남아 있겠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서울이나 지방 광역시 등 다른 지역으로 옮길 계획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학생들은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로 '주거환경'을 우선으로 꼽았다. '공공서비스' '시민경제환경' 등도 주요 항목에 이름을 올렸다. 설문 결과대로라면 인천에 있는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 대부분이 정주할만한 도시로서 인천의 매력을 별로 못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인천항, 국내 최초의 경제자유구역, 인구 300만 등 거창하고 화려한 표피 속 인천의 부끄러운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듯 싶다. 특히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이들의 생각이라는 점에서 그 결과를 받아드는 무게감은 한층 더할 수 밖에 없다.

최근 10여 년 간 인천만큼 안팎의 주목을 받은 도시는 없다. 변화의 중심에는 경제자유구역이 자리하고 있다. 이 기간 중 인천의 모든 정책은 한 마디로 '경제구역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도와 청라와 영종이 잘 되면 마치 인천의 100년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식의 논리가 지역사회를 지배했다. 하지만 현상황은 어떤가. 건물이 좀 별나고, 거리가 깨끗하고, 몇몇 외국인들이 오가고,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기존 신도시와 크게 다를 바 없지 않느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고층 건물이 올라가는 동안 구도심지역 대부분은 동네와 인심 모두 망가질대 망가졌다. 재개발 등의 각종 사업은 실패했고, 재생사업은 더디기만 하다. 요즘 한창인 뉴스테이사업도 보상가를 놓고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면서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이번 대학생들의 설문 결과는 도시의 '균형 발전'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인천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정책방향을 제시했다고 해도 전혀 과하지 않은 것이다.